당내 ‘대주주’ 전진배치… “당 혁신 물 건너갔다” 우려

입력 2014-09-22 04:58
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문재인 상임고문 등 당내 주요 의원 5명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모두 주요 계파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그동안 불거진 내부갈등 수습과 계파 안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인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비대위원 중 다수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 데다 중도 성향 인물은 배제되고 외부 인사도 전혀 없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계파 대주주 등 ‘6인 지도부’로…혁신보다는 수습에 방점=조정식 당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원으로 문재인 정세균 상임고문, 박지원 인재근 의원, 박영선 원내대표 등 5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앞서 지난 18일 임명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총 ‘6인 체제’로 당을 이끌게 됐다. 7·30재보선 패배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비대위원에서 빠졌다. 조 사무총장은 “문 위원장이 간곡하게 같이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두 분 모두 완곡하게 고사했다”며 “바로 직전 대표로서 어쨌든 책임지고 물러났는데 지금 이 시기에 비대위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선은 철저한 계파 안배로 분석된다. 친노무현(친노)계를 이끄는 문 고문과 정세균계를 이끄는 정 고문, 호남·구(舊)민주계를 대표하는 박 의원 외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도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 의원이 포함됐다. 당연직으로 포함된 박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전 대선후보, 전 당 대표 등 계파의 ‘대주주’들이 함께 비상 지도부에 참여하는 이례적 인선인 셈이다.

비대위원들은 한목소리로 당 혁신을 강조했다. 문 고문 측은 “문 의원이 ‘당이 어려울 때 외면할 수 있겠나. 당 혁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밝혔다”며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문 고문 본인이 결단을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도 트위터에 “당을 살려 국민의 신뢰를 회복토록 노력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첫 상견례 겸 만찬을 가졌다. 이어 22일 첫 비대위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조만간 당 혁신 및 전당대회 준비를 전담할 기구도 발족할 예정이다.

◇차기 전당대회 전초전 되나…공정성 논란도 예고=원내대표 탈당 논란 등을 뒤로하고 천신만고 끝에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우선 차기 전당대회 출마 유력 후보들이 지역위원장 선정과 전대 룰 조정에 개입하는 비대위에 들어간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문·정 고문과 박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최고위원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인선으로 공정한 전당대회가 치러질 수 있겠느냐. 당내 계파 패권문화가 드러난 인선”이라며 “당 쇄신은 물 건너갔다. 인선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의 한 의원도 “한 명씩 (계파) 대리인을 내세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대주주들이 직접 챙기기로 나선 모양새”라며 “전당대회 경쟁이 조기 과열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이 위기에 빠졌음에도 계파 안배에만 치중한 ‘보수적’ 인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7·30재보선 패배 이후 돌고 돌아 2012년 대선 당시 지도부로 ‘원점 회귀’했다는 지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친노와 구주류가 다시 돌아온 모양새”라며 “전당대회 룰 조율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인선”이라고 우려했다.

외부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또한 이번 비대위가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닥쳐 진통을 겪어왔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