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유가공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쌓이는 재고로 자체 보관창고가 넘쳐 외부 창고를 임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돌파구가 없을 경우 수백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수하고 우유를 내다 버리는 일까지 벌어질 형편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21일 “정부와 낙농업계, 가공업계 관계자 등이 26일 수급조절협의회를 열어 원유 수급조절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앞서 열린 협의회에서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등은 우유 재고량의 심각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해법을 놓고 의견을 달리했다.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낙농가는 가능하면 생산량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반면 유가공업체는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사자 간 협의를 거듭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가공업체 등은 곧 한계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분유 재고량(원유를 말려 보관하는 양)은 1만4896t을 기록했다. 올 들어 재고량이 가장 많았던 6월(1만5554t)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
분유 재고는 지난겨울 이상고온으로 쌓이기 시작해 올해 2월(1만1857t) 1만t을 넘겼다. 재고량이 1만t을 넘긴 것은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7월 들어 더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재고가 다소 줄었지만 8월에 날씨가 일찍 선선해지면서 재고량도 다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제품 소비는 줄고 있다. 이마트가 8월까지 집계한 매출에서 유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학교급식 물량 역시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우유 수입조건을 바꾸는 바람에 재고 숨통을 틔웠던 중국 시장으로의 재진출 역시 여의치 않은 상태다.
유가공업체는 평소보다 신제품 출시를 늘리는 등 재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 업체의 경우 하루 200t 이상 원유가 남아돌면서 탈지분유 형태로 저장 중인 우유가 전체 분유 재고의 35%에 이르고 있다. 이 업체는 외부 창고를 임대하면서 재고 비용만 연간 10억원 수준을 쓰고 있다. 유통기한이 도래한 재고 분유의 경우 판로를 찾지 못해 50% 이상 가격을 낮춰 처분하기도 한다.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예년에도 재고 증가와 감소를 되풀이해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내년 초에는 재고 증가에 대비할 수 없게 돼 우유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재고우유 1만4800여t… 밤잠 설치는 유가공업체
입력 2014-09-22 04:27 수정 2014-09-2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