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 인수에 10조5500억원을 투자함에 따라 최근 당면한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뜩이나 돈 쓸 데가 많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한전부지 인수 말고도 조(兆) 단위 투자를 잇따라 해야 한다. 우선 멕시코와 중국에서 생산시설 확장을 꾀하고 있다. 두 나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에서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공장이 이달 말 착공한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가동될 이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440억원)를 들인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두 개의 공장을 한꺼번에 지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애초 서부 내륙의 중심지인 충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4승용차 생산공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허베이성 창저우에 공장 유치를 원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길은 두 곳에 공장을 짓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 방안을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면 공장 한 곳에 1조원씩 모두 2조원의 돈이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충분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 상품은 6월말 기준으로 29조4856억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외형적 투자 때문에 자동차 신기술 개발 등 정작 시급한 투자에는 소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전자·기계산업팀장은 “브랜드 고급화와 디젤과 다운사이징을 포함한 엔진 개발, 경량화, 연비 향상 등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면서 “폭스바겐, 도요타 등 업체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좀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매년 파업이 되풀이되고 있는 노사 관계도 한전부지 인수를 계기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파업 때마다 수백억원의 손실을 거론하며 조속한 타결을 촉구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조로서는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 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전부지 낙찰 이후 보유주식 가치에서 40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상장사의 지분가치는 18일 종가 기준 6조5880억원으로 17일 지분가치 6조9634억원보다 3754억원 줄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한전부지 10조5천억 이어 조만간 3조 투자 해야… 돈 쓸데 많은 현대차 그룹 허리 휠라
입력 2014-09-22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