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종의 ‘대목’으로 꼽아온 9월 출판기념회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불법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변질된 출판기념회에 대한 따가운 여론의 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1일 현재 올해 9∼10월 출판기념회를 위해 의원회관 또는 국회도서관을 예약한 건수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직전 45차례나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열린 출판기념회는 앞서 1∼8월에 열린 횟수를 모두 더한 것(41회)보다 더 많았다.
9월은 국감뿐 아니라 법안·예산 심의 등이 맞물리며 현역 의원의 몸값이 가장 높아지는 때다. 따라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만 하면 각 상임위원회 소속 피감기관은 물론이고 같은 의원들끼리도 서로 모른 채 넘어갈 수 없었다는 게 그동안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었다. 힘 있는 상임위원장이나 간사, 집권여당 실세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한 번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안팎의 책값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검찰이 출판기념회를 통한 입법로비 의혹 자체를 수사대상에 올려놨다. 괜히 나섰다가 검찰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가 혁신을 외치며 출판기념회 개선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여러 번 “출판기념회를 통한 자금수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라고 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소속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수입과 지출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자정 움직임을 보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분위기에 출판기념회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정치 상황도 출판기념회 기피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의원은 “현행 정치자금법이 너무 엄격해 출판기념회가 그나마 숨통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무조건 없애자고 할 것이 아니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따가운 여론·혁신 바람 때문에…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대목’ 9월에 全無
입력 2014-09-22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