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정보공개 실태] 기재부 사전정보공개 시늉만

입력 2014-09-22 03:12

기획재정부의 사전정보공개는 낙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는 미궁에 빠진 느낌을 받게 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는 정부3.0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정보 공개와 의견 수렴에 등을 돌리고 있다.

21일 현재 기재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표하는 정보는 모두 200여종이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과 기재부 행정정보공개운영지침에 따른 행정 조치다. 공개 대상 행정정보의 구체적인 범위와 주기·시기를 사전공개 홈페이지에 명시해 놓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는 것은 몇 종에 불과하다.

매년 공개토록 규정한 국세수입실적은 2004년 2005년 2006년 2012년 자료가 전부다. 예산안과 비교해 세수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사전공개 페이지에선 찾을 수가 없다.

소비자물가동향은 매월 게재하도록 정했지만 올해는 8월 자료만 올라와 있다. 지난해 자료도 4∼6월 3개월 분량만 게재했을 뿐이다. 역시 매월 게재하도록 돼 있는 고용동향분석은 2011년 12월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전혀 없다. 해외부동산 취득실적은 2011년 6월 이후 최신 자료가 올라오지 않는다.

매월 게재하도록 규정된 국제관세동향은 2010년 6월 이후 자료가 없다. 외국인을 위해 한국의 세제를 설명하는 영문 자료 ‘Korean Taxation’은 2011년판이 마지막이다.

국민일보는 2011년 10월 3일자 보도를 통해 기재부의 무성의한 사전정보공개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당시 기재부는 즉각적인 조치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점을 드러냈다.

무성의와 소통 부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재부는 지난 15일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마쳤다. ‘우회 증세’ 논란을 일으킨 담배 가격 인상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간은 12일부터 15일까지로 나흘에 불과했다. 주말이 끼었으므로 실질적인 예고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12일 관보에 입법예고를 올렸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15일에야 게재해 국민들의 의견을 요구했다.

현행 행정절차법은 입법예고 기한을 40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기한을 단축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2조원 이상 세금을 더 걷는 근거를 만들면서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시늉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세종=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