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비엔날레서 만난 설치미술가 전수천

입력 2014-09-23 03:15

설치미술가 전수천(67·사진)은 지난 19일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부산문화회관 앞에서 트럭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일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작품 설치에 필요한 산업폐기물을 싣고 오기로 한 트럭이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본전시가 아닌 특별전에 참여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을 조망하는 ‘비엔날레 아카이브’전이다. 한국의 비엔날레 역사를 말할 때, 전수천은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국제 비엔날레에 최초로 참가한 것은 1961년 파리청년작가비엔날레였고,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화가 김환기(1963)와 이응로(1965)가 두 차례 명예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수천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수상에 해당되는 특별상을 받았다. 비엔날레에 무지했던 한국 미술계로선 일대 사건이었다. 이어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1997), 남성적 작품을 선보이는 여성 설치미술가 이불(1999)이 잇따라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으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수상 사실은커녕 시상식이 열리는 것도 몰랐습니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제 손을 잡고 끌고 갔어요. 시상식 장소더군요. 이탈리아 대통령까지 참석한 자리에 작업복 입은 채로 상을 받았습니다. 비엔날레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없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죠.”

전수천은 1995년 수상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랬던 한국이 지금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그 사이 작가들의 수준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전수천에게 후배 작가들이 어떻게 비엔날레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젊은 작가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너무 빨리 스타급 작가가 되려고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유행을 좇는 대신 자신의 생각과 방향을 담아야 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이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는 걸 여러 차례 봤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를 시도했을 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창작하지 않는 작품은 자기 복제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비엔날레가 너무 많은 데다 활용 방법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의 생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베니스나 상파울루는 장소만 제공한다는 개념인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공적 쌓기로 활용하다 보니 늘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에서 1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부산=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