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쌀 시장 전면 개방, 공기업 개혁 등을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정부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안마다 폭발력이 강해 마치 지뢰밭에 발을 디딘 모양새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을 푸는 데도 버거운 정치 상황에서 민감한 정책 이슈들을 몰아붙일 동력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여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너무 무리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당이 당장 부딪히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 같은 정책들에 직접적 이해가 걸린 당사자들의 반발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100만 공무원’의 집단 반발을 부를 수 있어 역대 정부에서 추진을 꺼려온 사안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단체들은 이미 정부의 개혁안을 ‘일방적 개악’으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을 예고해 놓고 있다.
내년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수입쌀에 매기는 관세율을 513%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농민단체의 반발이 극심한 상태다. 지난 18일 열린 당·정 조찬회동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들이 난입해 계란을 던지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야권의 반대 공세도 거세다. 부실 공기업 퇴출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기업 개혁안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혁을 핑계로 내세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민영화”라고 공격했다.
정부의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역시 ‘서민 증세’라는 야당의 파상 공세에 부닥쳤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재벌과 대기업에는 세금을 감면하면서 서민들의 등골만 휘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내부의 사정도 복잡하기만 하다. 사안에 따라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정부 때문에 야당에 좋은 빌미만 던져줬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대부분의 사안이 ‘표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부담도 크다. 공무원·농민·서민층 등으로 지나치게 전선을 확대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이슈들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여당이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스탠스는 “상황이 어렵다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모른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은 “담뱃값은 10년, 주민세는 20년 묵은 일”이라며 “과거 정부들이 모른척했던 일들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피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2016년 4월 총선까지 19개월 동안 선거가 없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개혁과제를 추진할 기회를 상실한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전웅빈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기획] “세월호 협상도 벅찬데…” 새누리, 정부 동시다발성 정책 추진에 진땀
입력 2014-09-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