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우슈 신동’으로 출연한 소년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우슈 남자 장권에서 9.71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하성(20)이다. 이하성은 생중계조차 없었던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털어버리듯 당당하고 절도있는 연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하성이 우슈를 처음 시작한 것은 6살때다. 집 안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치던 이하성을 ‘밖에서 놀아라’며 우슈 도장에 데려간 부모님 덕분이었다. 그곳에서 현 국가대표팀 박찬대 코치(41)를 만나며 우슈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하성은 “난이도 높은 무술 동작을 성공시킬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8년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뛰어난 무술 솜씨로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2009년엔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액션 영화 ‘가무이 외전’에서 주인공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2011·2012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3월 회장배전국우슈쿵푸선수권대회에서도 장권 금메달을 획득하며 우슈 대표팀의 유망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이하성의 장점은 성실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이다. 우슈 대표팀 안희만 감독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노력하는 자세로 임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박찬대 코치 역시 “정신력이 강해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실수율이 낮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하성 역시 “(투로 연기를 펼칠 때) 홈 관중 분들이 많이 호응해주셔서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훈련한대로 실수 없이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만 해온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골반뼈가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었고 지난해 무릎 반월판을 제거하는 수술도 했다. 회복을 위해 3개월 정도 운동을 쉬어야 했다. 그러나 ‘강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 우슈를 하며 살 거라는 목적이 확고하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하성의 다음 목표는 10월말 열리는 제주 전국체전이다.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싶다. 그는 자신의 금메달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우슈에 대해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전통 무술 ‘쿵후’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우슈 경기는 크게 ‘투로’와 ‘산타’ 종목으로 나뉜다. 이하성이 금메달을 획득한 투로는 체조 종목처럼 무대 위에서 권법과 병기술 연기를 펼쳐, 점수를 환산하는 종목이다. 산타는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서 실제 권법 대련을 펼치면서 승패를 가린다. 이하성은 “우슈 종목의 권법과 병기술은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작들이 많다”며 “열심히 훈련해서 언젠가 우슈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될 때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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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2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