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모르면 없는 것과 같다”며 박근혜정부는 공공정보 공개 확대를 강조해 왔다.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파티는 끝났다”며 경영 정상화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공공기관의 대국민 정보공개 실태는 어떠할까.
국민일보는 지난달 25일 금융 당국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기관들에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각 기관에 동일하게 2009년 이후 지난 8월 말까지의 법인카드 사용액 총량, 법인카드 포인트 발생 현황을 공개 청구했다. 가능한 범위에서 사용처 정보도 공개 청구했다.
동일한 청구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이 정보를 공개하는 데까지 소요한 시간은 제각각이었다. 주택금융공사는 공개 청구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법인카드 사용액 총량을 회신했다. 예금보험공사도 나흘 만에 즉시공개를 결정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경우 한 달이 가까이 흐른 21일 현재까지 청구서류를 접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11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의 청구를 받으면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보공개 청구일로부터 20일이 지나도 공개 여부가 미결정되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보공개 기간 연장도 법령을 무시한 채 기관 편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공개 청구 8일 만인 지난 2일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일방적인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부득이한 사유로 공개 여부 결정기간을 연장하려면 연장 사유를 청구인에게 지체 없이 문서로 통지·안내해야 한다.
똑같은 정보공개 청구에도 기관들은 서로 다른 잣대로 정보공개 범위를 재단했다. 한국거래소는 청구가 진행된 금융 당국과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정보를 비공개 처리했다. 거래소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및 제7호에 의거 공개가 불가하다”며 법인카드 사용 관련 정보가 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조항을 제시한 한국산업은행은 용처만 비공개했을 뿐, 2009년 이후의 사용액 총량은 공개했다. 금융위는 “청구 사항은 우리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장의 업무추진비만을 간접 공개했다.
공공기관들의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 실태는 내·외부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다. 거래소와 금감원을 제외한 금융 공공기관들의 법인카드 사용량은 정부의 경영 정상화 독려에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에도 2012년에 비해 법인카드 사용액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임직원 숫자를 토대로 지난해 기준 기관별 1인당 법인카드 사용액을 비교해 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445만1710원으로 가장 많았다. 캠코는 일반 경비 집행 외에도 지급명령 전자독촉 비용, 지방세 납부 등에 법인카드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금융공사(749만2613원), 예탁결제원(739만4235원), 정책금융공사(678만282원), 예금보험공사(591만2955원) 순으로 1인당 사용액이 높았다. 기관들은 법인카드가 ‘클린카드’이며, 골프장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이 금지됐다고 강조했다. 은행 중 산업은행(565만5239원)과 중소기업은행(270만1174원)은 꽤 큰 차이를 보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엉터리 정보공개 실태] 금감원, 한 달 가까이 청구서류 접수조차 않고 ‘감감’
입력 2014-09-22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