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글씨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대자첩(大字帖)이 처음 공개된다. 성균관대 박물관(관장 이준식)은 개관 50주년을 맞아 22일부터 우암의 대자첩을 전시한다고 밝히고 21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글씨는 주자대전 54권에 나오는 ‘富貴易得 名節難保(부귀이득 명절난보·부귀는 얻기 쉬우나 명예와 절개는 지키기 어렵다)’ 여덟 글자로, 한 글자의 크기가 가로 80㎝ 세로 90㎝나 되고, 전체 길이는 7m에 이른다. 박물관 측은 “국내 서예사상 유명인사의 글씨로는 가장 큰 글씨이자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유물로 최초 공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암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조선의 주자(朱子)’라고 불린 성리학의 대가였으며, 대자(大字·큰 글씨) 서예로도 유명했다. 전시되는 글씨는 우암이 정치적으로 모함을 받아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스승의 변론에 앞장선 제자 농계 이수언에게 써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암의 8대손으로 좌의정을 지낸 송근수가 1853년에 쓴 대자첩의 발문(跋文)에는 농계의 후손으로부터 이 글씨를 받아 첩(帖·낱장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것)으로 만들어 보물로 간직한다며 소장의 계기가 적혀 있다. 성균관대는 1976년부터 이 대자첩을 소장해왔으며 이번에 병풍형태로 제작해 처음 공개하게 됐다.
12월 22일까지 3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남명 조식 등 조선을 빛낸 유학자들의 글씨도 함께 전시된다. 성균관대 박물관은 같은 기간 ‘비취보다 푸른, 백옥보다 맑은-명품도자 100선’을 주제로 지난 50년간 수집한 고려와 조선시대 도자기들을 공개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송시열이 쓴 7m 대형 붓글씨 처음 공개…성대 박물관 오늘부터 전시
입력 2014-09-22 0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