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에 왼손잡이라는 악조건도 고교생 사수 김청용(17·흥덕고)의 장애는 되지 못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초반 사격 2관왕에 오르며 스타가 된 무서운 신예 김청용 얘기다.
김청용은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을 기록, 199.3점을 쏜 중국의 팡웨이를 1.9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벌어진 이 종목 단체전에선 진종오(35), 이대명(26)과 함께 1744점을 쏴 금메달을 합작한 김청용은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10m 공기권총 단체전 시상식에선 대표팀 선배이자 우상인 진종오가 직접 태극기를 몸에 둘러주는 영광을 안고 차세대 권총 에이스임을 널리 알렸다. 김청용은 “우승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끝까지 해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할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종오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주셨다. 오랫동안 선배님이랑 생활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선배님한테 많이 배우면서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선배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청용은 어린 나이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사격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17세에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청용은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사격을 접했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학생들에게 체육 선생님이 ‘총 한번 쏴보지 않을래’하고 권유한 것이 첫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사격을 시작한 초반부터 쉽지 않았다. 가족의 반대가 심했던 데다 특히 사격 지도법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돼 있어 왼손잡이인 그가 기본기를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김청용은 피나는 노력 끝에 왼손잡이 파지법을 터득했고, 이후 기량이 급상승했다. 실제 김청용은 최근 2년 새 국내 고등부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다. 결국 올해 6차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수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따냈다.
김청용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김청용은 3년 전 의료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에 김청용은 어머니, 누나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가장을 자임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어머니 오세명씨는 “청용이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며 “엄마, 누나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내겐 성공해서 꼭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를 잘 보지도 못했고 눈 감고 있다가 ‘땅’ 소리 나면 결과만 봤다”며 경기 내내 노심초사했던 오씨는 “추석 때 보러 가지 못한 아빠에게도 같이 가고 싶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청용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들르겠다. 엄마가 고생 많이 하셨다”며 끔찍한 효자임을 알렸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2관왕 고교생 사수 김청용 입문 3년 만에 ‘정상 총성’
입력 2014-09-22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