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캐나다 동포 간담회에 옛 불어 개인교사 초청

입력 2014-09-22 03:50
캐나다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한복 차림의 화동들에게서 꽃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도착, 2박3일간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첫날 현지 동포 간담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서명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또 데이비드 존스턴 총독과의 환담 및 국빈만찬도 예정돼 있다.

◇동포 간담회에 옛 스승도 초청=박근혜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오타와 시내의 한 호텔에서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했다. 꽃문양이 그려진 흰색 한복 저고리에 주황색 치마를 차려입은 박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한인 최초의 연방의원인 연아 마틴 상원의원 등 캐나다 동포 210여명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함께한 프랭크 스코필드 교수, 캐나다의 6·25전쟁 파병 등 양국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정을 토대로 지금 양국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코필드 교수는 1916년 세브란스의전 교수로 한국에 온 뒤 각별한 애정 탓에 ‘석호필(石虎弼)’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은 인물이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간담회 자리에는 캐나다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프랑스어 개인교사를 지내기도 했던 공아영(캐나다명 앙드레 콩트와) 신부도 특별초청됐다. 1954년 사제 서품을 받은 공 신부는 1957년부터 25년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1970년대에는 성심여고에 재학 중이던 박 대통령에게 프랑스어를 개인지도한 적이 있다.

공 신부는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해 “남다른 학구열을 가졌다”고 회상한 바 있다. 하지만 공 신부가 헤드테이블에 앉지 않는 바람에 두 사람의 직접 대면은 이뤄지지 못했다. 공 신부는 조희용 주캐나다 대사에게 “초청해줘서 기쁘고 고맙다.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2001년 국정감사차 오타와를 방문한 일을 상기하며 “그때도 9월 20일 방문했다. 일부러 날짜를 맞추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캐 FTA 정식서명 예정=박 대통령 방문 기간인 22일(한국시간은 23일 새벽) 한국과 캐나다 정부를 대표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에드 패스트 통상장관이 캐나다 의회에서 FTA 서명식을 갖는다.

이번 FTA는 양국 모두 10년 내 수입액의 약 99%를 자유화하고, 상품·서비스·투자·경쟁·지적재산권·환경·노동 등 경제 대부분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도 동포 간담회에서 “양국 관계가 보다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분야에서 캐나다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양국의 FTA 협상 최종 타결은 2005년 협상 개시 후 9년 만이다. 지난 3월 하퍼 총리 방한 당시 협상타결이 선언된 데 이어 서명까지 이뤄지면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만 남게 된다.

오타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