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리던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궁왕푸박물관에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문화행사가 개막됐다. 중국장애인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장애인미술협회·한국장애인개발원이 후원하는 ‘2014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으로 한국 작가 30여명과 중국 작가 100여명이 동양화·서양화·서예·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가 열린 궁왕푸(恭王府)는 청나라 후기 왕족이었던 공친왕의 저택 및 화원으로 중국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유적지다. 화원은 1996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고, 전각 일부를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데 이어 이곳으로 장소를 옮겨 막을 올렸다.
개막 행사에는 중국 장애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장연화하문화그룹의 리우 하이준 부대표, 김충현 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장,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등 내·외빈과 한·중 작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2009년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이 출범하는 데 힘을 보탠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국정 때문에 바빠 축하 메시지로 대신했다.
리우 부대표는 개막식 인사를 통해 “날씨가 가장 좋은 가을, 이곳에서 양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희망의 빛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우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5년째를 맞은 이 행사가 10년, 50년을 넘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한국과 중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작가들도 세계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들은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로 거듭난 주인공들이다. 김충현 회장은 1997년 가구공장 기계에 하반신이 깔리는 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다 하나님을 만나고 서예에 몰두하면서 새로운 삶을 얻었다. 그는 “자신을 이기면 강한 자가 되고 부지런하면 뜻을 이루는 결과를 얻는다”는 뜻의 ‘자승강자 근과유성(自勝强者 勤果有成)’을 출품했다.
30년 전 결혼한 지 1년 만에 팔다리가 마비되는 불치병에 걸린 고민숙 작가는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서양화가로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그림으로 장애를 극복한 금미란 작가, 1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인이 된 후 그림을 통해 고통을 이겨낸 김문옥 작가 외에도 김영빈 성정자 이정희 김동영 임현주 등이 작품을 내놓았다.
한·중 장애인 작가들이 우정을 쌓고 장애인미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작가들은 “장애인 작품은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작품성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작업하는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입을 모았다.
무용 분야 한·중 교류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동행한 윤덕경 서원대 교수는 “장애인 예술 지원정책이 단순한 복지 차원에서 해외교류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작업을 국내외에서 당당하게 선보이면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제5회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 개최… 장애·국경 건너 미술로 소통한 예술가들
입력 2014-09-22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