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시’라고 불리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경기마다 골을 터뜨리던 이승우(16·FC 바르셀로나).
그러나 정작 결승전에선 침묵을 지켰다. 이승우는 20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북한에 1대 2로 역전패한 뒤 고개를 들지 못했다. 5골(4도움)을 기록해 득점왕에 올랐고, 대회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됐지만 “슬프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의 아시아 16세 무대 제패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승우의 재발견이라는 큰 수확을 봤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조별리그 1차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골을 넣어 ‘최진철호’의 해결사로 자리잡았다. 말레이시아, 태국과의 조별리그 2, 3차전에선 결승골을 뽑아냈고, 일본과의 8강전에선 두 골을 모두 책임지며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우는 골 욕심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리아와의 준결승전에선 도움을 4개나 올리기도 했다.
이승우의 골 행진은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멈추고 말았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이승우를 집중 견제했다. 이승우는 잇따라 위험한 태클을 당했고, 머리를 가격당하기도 했다. 이승우는 우승이 좌절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며 “그런 선수와 함께한다는 것은 팀 전체로서 또 감독으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광무 북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승우는 훌륭한 선수이지만 우리 공격수들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 감독이 이승우를 깎아내린 데엔 이유가 있다. 북한의 간판 골잡이 한광성, 공격수 정창범, 미드필더 최성혁은 세계 유망주들의 기술을 교육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축구 학교인 ‘마르세 재단’ 출신이다. 미드필더 김예범, 수비수 김위성, 최진남은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에서 교육을 받았다. 북한 정부는 이들 두 교육기관에 유소년 선수들을 파견해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아시아 U-16] 우승 놓쳤지만… 한국축구 이승우 얻었다
입력 2014-09-22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