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지난해 추석과 지금의 정국은

입력 2014-09-22 03:35 수정 2014-09-22 16:22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슈를 놓고 대립하면서 날선 각을 세운다. 이런 정치적 극한 대치는 사회적 갈등까지 불러일으킨다. 남북관계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대북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협조와 냉소적 태도로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보면 요즘 우리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단면을 표현한 것 같지만 사실 이 모습은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2013년 9월의 표정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전후한 정국은 이랬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은 소득 없이 끝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한층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 논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오히려 격화됐던 것이다. 남북관계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남북은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북측의 돌연한 ‘무기 연기’ 통보로 많은 이산가족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정국은 어떤 모습일까. 가만히 짚어보면 기시감(旣視感)이 분명히 느껴질 정도로 닮아 있다. 여야는 벌써 몇 달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관계는 또 어떤가. 우리 정부가 북측이 요구하는 의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그러나 북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국민행복’ ‘경제부흥’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의 타이틀을 달고 야심차게 출범했다. 하지만 이런 국정기조에 비춰본 지금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고 통일 논의는 메아리 없는 구호만 남았다. 국민행복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언급하기도 미안할 정도가 돼 버렸다. 정치권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 넘게 대치를 계속하면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던 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얼마 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며 정국에 발을 담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석상을 통해 법치와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는 국정철학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 언급을 놓고 보면 한편으론 좀 더 세련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뛰어든다면 그 방식은 좀 더 국민과 가깝게 호소력 있게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지. 단호함을 드러내는 대신 포용력을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산적한 국내 현안을 뒤로 하고 캐나다와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해외방문에서도 박 대통령의 마음은 무거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주일 뒤 귀국한다. 그때까지도 정치권 갈등은 나아질 것 같진 않다. 박 대통령이 이때 국무회의나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석상이 아닌 우리 국민을 향해 직접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국민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원칙과 포용을 동시에 호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법치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리더의 의무이자 철학이라면 관용과 포용을 보여주고, 화해와 통합을 유도하며, 설득 노력을 하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매해 놀랍도록 비슷하게 반복되는 우리 정치현실과 사회적 갈등을 2015년 추석 즈음에도 다시 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런 일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든, 정치권 전체의 마인드든 무엇이든 변해야 한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