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15년째 국내 외국인에 쪽복음 전하는 이선묵 장로

입력 2014-09-22 03:33
이선묵 장로는 “직접 선교지에 나갈 수는 없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16개 국어로 제작된 요한복음. 오산=허란 인턴기자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길 오산감리교회 앞. 노인 한 명이 외국인 남성 두 명이 지나가자 “아이보완!” 하면서 다가갔다. ‘아이보완’은 스리랑카 인사말. 외국인들은 반가움을 나타냈다. 노인은 재빨리 손에 들고 있던 책자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지도였다. 노인은 북한 쪽을 손으로 짚었다. “북한 가서 일하며 돈 벌어 봤어요?” 하고 묻자, 스리랑카인들은 “아니요” 했다. 이번엔 남한 쪽을 가리켰다. “우리는 하나님 믿어서 복을 받았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돈을 벌려고 온 거고요. 예수 믿읍시다.” 스리랑카인들은 웃었다. 노인은 책자를 이들 손에 한 권씩 쥐어줬다. 스리랑카어 요한복음이었다. 15년째 외국인에게 쪽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선묵(71·오산감리교회 원로) 장로다.

이 장로의 전도 현장은 교회 앞길과 자신의 일터인 금은방이다. 그가 외국인 전도에 나선 것은 시장 전도에 나섰을 때 중국인이 전도지를 달라고 한 것이 계기였다. 마침 자신의 금은방에도 외국인들이 자주 찾았다. “직접 선교지에 나갈 수는 없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한국교회 대표 요절인 요한복음 3장 16절을 각 나라 언어로 적은 전도지를 제작하는 거였다. 처음엔 지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글 구절을 보여주며 번역을 부탁했다. 중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언어 등이었으나 오역이 많았다. 몇 번의 수정을 거듭했고 나중엔 요한복음 전체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국가별 성경책을 모았다.

“기독교서점이나 대한성서공회에 수소문해 외국어 성경을 구했어요. 인도의 경우는 방언이 많아 선교사에게 연락해 표준어 성경을 찾아 달라 했지요.”

이 장로는 이렇게 구한 성경에서 요한복음만 따로 복사·인쇄해 책자를 만들었다. 모두 16개국어였다. 책자 표지엔 파랑 주황 노랑 분홍 등 색깔을 입혔다. 그동안 4200명에게 전달했고 베트남어의 경우 1100권을 배포했다. 16개국은 이 장로가 지금까지 만난 외국인들의 출신 국가였다.

그는 이제 외국인 얼굴만 봐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감이 잡힌다 했다. 나라별 인사말을 익히기 위해 카드 크기 메모지에 국적별로 인사말을 적어 암기했다. 베트남 태국 네팔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등 9개국이다.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메모지엔 손때가 묻어 있었다.

전도의 열매가 궁금했다. 이 장로는 “그게 아쉽다. 나는 그저 씨를 뿌릴 뿐”이라며 “한 번 만나면 다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쪽복음으로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8년 만난 네팔인 부부는 거의 유일한 열매다. 쪽복음을 받은 이후 몇 차례 이 장로를 만났고 그때부터 교회에 나왔다. 간혹 자국어 성경을 보고 감격하는 경우도 있다. 몽골 출신 외국인은 성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쪽복음 전달은 겨울에도 이어진다. 이 장로는 4년 전부터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장갑을 선물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겨울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는데 이 장로의 책자를 받으면 맨손으로 들고 가야 했다. 안타까움에 장갑을 벗어줬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아예 장갑을 대량으로 구해 쪽복음과 함께 선물했다.

전도에 열심인 그는 2007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으며 전도했다. 짧은 간증과 건강요법을 담은 전도지를 제작해 병실마다 다녔다. 2011년에는 방광암 수술을 받으면서 전도했다. 환자가 병실에 있지 않아 의사들이 이 장로를 찾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그는 “암 수술 받고 나은 것은 전도하라는 뜻”이라며 “힘주시니 전도한다. 귀찮은 거 생각하면 못 한다”고 말했다. 오산시에 따르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7000명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 깊은 얘기를 못해 아쉬워요. 그래도 선교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한 번뿐인 전도 기회, 힘닿는 데까지 해보렵니다.”

오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