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CEO였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로의 블랙박스 기업 ‘다본다’ 윤민경(39) 대표이사. 우리나라 자동차 블랙박스 시장의 50%대를 점하는 유력 기업을 이끌고 있었다.
“월요일 출근해 예배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마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고 하셨습니다. 다본다는 생명을 살리는 기업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하나님 앞에서 경건한 예배를 드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다본다 직원은 140여명. 대기업이 돈 되는 사업은 무조건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 다본다와 같은 중소기업이 브랜드를 안착시키고 해외 수출까지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블랙박스 시장이 너도 나도 뛰어드는 블루오션이다 보니 악착스럽게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저는 ‘하나님 백’ 믿고 대차게 일합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지켜주시는 하나님이시잖아요. 접대 자리가 있어도 거래처 분들이 많이 배려해주시더라고요. 신앙생활한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이죠.”
윤 대표는 지난해까지 어린이교육 일을 하다 올초 대표이사가 됐다. 대주주라고 했다. 그렇다고 창업주와 가족관계도 아니다.
“창업주께서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업이니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하다며 저를 이끄셨어요. 유아교육을 전공해 줄곧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원감, 원장 등을 하면서 ‘생명과 안전’이 몸에 배었거든요. 단순 제조업 아닌가 하시겠지만 우리 회사는 ‘생명을 살리는 기업’이라는 철학이 있어요.”
젊은 여성CEO가 부임해 기독교기업으로 직원을 끌어안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표는 “여러분이 미션스쿨을 다닌 분이 계시듯 미션기업을 다니시는 것”이라며 설득했다.
“제가 여러 여건상 서울 동국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어요. 학교 특성상 제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죠. 한데 기도를 통해 크리스천으로서 겸손과 모범을 보일 수 있는 훈련의 장이란 응답을 받았죠. 제 생활이 반듯하면 그리스도의 향기가 퍼지는 거죠.”
그는 대학원 시절 동기 등을 전도했다. 기업CEO가 되어서도 그의 ‘겸손과 모범’이라는 크리스천으로서의 덕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들이 하나 둘씩 마음을 열고 예배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고민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예배”라며 비신자를 배려한 것이다. 그가 가면 어디든 전도의 장이 됐다.
그는 남편도 전도했다. 지난해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는 당초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는 말씀에서 결혼을 결심했다.
“‘하나님 기왕 주실 거면 예수 복음을 모르는 배우자를 주세요. 제가 전도하여 돕는 배필이 되겠습니다’하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주님께서 딱 그렇게 주시던데요.”
결혼 후 그의 남편은 교회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날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렸다.
“지난 5월 남편이 ‘여보, 나도 교회갈까?’ 하더라고요. 축복의 언어였어요.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 태중의 아이가 아버지를 전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에게 결혼과 CEO 취임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새 생명의 축복’은 뜻밖이었다. 게다가 만혼이었다. 한데 지난 3월 ‘다본다’ 모델 배우 장혁과 함께 출연하는 CF촬영을 중단해야할 만큼의 몸의 신호를 통해 생명 잉태를 알려 주셨다. 오늘 11월 출산 예정이다.
한편 그는 어린이성경학교에 출석하면서 크리스천이 됐다. 그 무렵 부모님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착실히 중·고등부를 거쳐 어린이집·유치원 교사가 됐고 교회 봉사를 위해 뒤늦게 전공자 수준으로 피아노를 배워 반주자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순복음도봉교회를 섬긴다.
“어린이 교육 현장에 있던 저를 왜 이리로 보내셨을까 생각해봤어요. 우리의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기 때문에 그 성전을 지키는데 연속성을 가지라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박스 장착 후 교통사고 건수가 10%가 줄었다고 합니다. 생명을 그만큼 살린 거지요. 과속과 무단횡단만을 놓고 봤을 때 블랙박스가 나온 후 50%가 감소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는 일이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지요.”
윤 대표의 이런 열정은 청와대 초청 대상 기업인으로 뽑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기업인 초청 대상 30여명에 윤 대표가 포함됐다. 여성기업인은 2∼3명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신부인 그를 앞자리 편한 좌석에 앉혔다.
“제가 새벽 제단을 쌓으며 우리 직원들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간구합니다. 직원들이 행복하다면 제품과 서비스도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우리를 ‘다 본다’고 생각해요. 눈동자가 되어 주시는 그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세상 연단은 이겨내야지요. 저는 CEO로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 복음 속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비전입니다.”
◇윤민경 대표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 중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역임 △경인여대 초빙교수(현) △다본다㈜ 대표이사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35) 블랙박스 ‘다본다’ 윤민경 대표
입력 2014-09-22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