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채권단이 이 회사의 대주주 지분에 대해 ‘100대 1’ 무상감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동부제철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셈이다. 동부그룹은 대주주 차등감자 비율이 가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9일 채권단회의를 열고 동부제철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등감자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100대 1, 기타주주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4대 1로 감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 회장 등에게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6월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는 동부CNI(11.23%)이며 김 회장은 7.12%, 장남 남호씨는 7.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무상감자가 시행되면 김 회장은 동부제철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 앞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당시 100대 1의 차등감자를 당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당진 냉연공장 자산평가를 장부가로 하지 않고 공시지가를 적용해 4200억원이 낮게 평가됐다”며 “이런 방식으로 평가해 5000억원의 자본잠식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부제철 채무는 2018년 말까지 유예된다. 금리 역시 낮아져 담보채권은 연 3.0%, 무담보채권은 연 1.0%다. 채권단이 보유한 대출액 가운데 530억원은 출자전환되며, 5000억원의 일반대출과 1억 달러 규모의 수입 신용장(L/C) 지원 등 신규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채권단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아 23일 동부제철 채권단협회에 동부제철 정상화 방안을 배포할 예정이다. 통상 총 채권액의 75% 이상 찬성으로 안건이 채택되지만 이번엔 의결권 보유 기관 100% 찬성으로 가결된다는 조건이 달렸다. 동부제철은 지난 7월 자율 협약을 맺고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고 있다.
박은애 기자
김준기 회장, 경영권 잃을 듯… 동부제철 채권단, 대주주 100대 1 무상감자 방침
입력 2014-09-20 04:03 수정 2014-09-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