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우수직원상’ 받은 철피아 부품업체서 수천만원 뒷돈

입력 2014-09-20 05:05 수정 2014-09-20 14:09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19일 팬드롤코리아 등 철도 관련 부품·건설 업체에서 금품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뇌물수수)로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장 배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씨는 철도시설공단 궤도처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설계 정보 등을 팬드롤코리아에 넘겨주고 2007년 말까지 수차례 모두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단골식당에 300여만원을 미리 결제해 놓도록 시키기도 했다. 배씨는 다른 관련 업체에서도 편의를 봐주고 수천만원 뭉칫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씨에게 철도시설공단은 2009년 ‘최우수직원상’을 수여했다.

팬드롤코리아는 2012년까지 경쟁사인 AVT사를 따돌리고 경부고속철도 1·2단계 대부분의 구간에 자사 부품 수백억원어치를 납품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철도시설공단 직원들이 팬드롤코리아에 직간접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로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월 이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철도건설 용역업체 KRTC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KRTC는 옛 철도청 산하 한국철도기술공사가 2004년 민영화된 회사로 철도시설공단에서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철도감리 용역을 수주해왔다. 철도청, 철도고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어 학연 등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이 회사가 허위 직원을 등재한 뒤 임금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철도시설공단 임직원들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AVT와 삼표이앤씨의 로비 의혹 수사에 집중해 새누리당 송광호 조현룡 의원과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배씨를 시작으로 팬드롤코리아와 KRTC 등 나머지 관련 업체들에서 금품을 받은 이들을 순차적으로 사법처리한 뒤 이르면 이달 말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