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고를 땐 디자인 우선?… 요즘엔 ‘抗알러지’부터 살핀다

입력 2014-09-22 03:56
이브자리의 ‘뉴트럴’. 집먼지진드기 서식을 막는 기능을 갖춘 이불들이 올가을 인기를 끌고 있다.
박홍근 홈패션의 ‘알러코튼’. 집먼지진드기 서식을 막는 기능을 갖춘 이불들이 올가을 인기를 끌고 있다.
“댁의 침구는 안녕하십니까”

요즘 김희정(50·서울 은평구 불광로)씨는 장롱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저녁 잠자리가 서늘하게 느껴지자 지난봄에 넣어두었던 차렵이불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깨끗이 빨면 되겠지?” “그 정도로 될까. 아니 이번 기회에 싹 바꿔버려?” 김씨의 고민은 집먼지진드기가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폐질환에도 치명적이라는 뉴스에서 비롯됐다.

이화여대의료원 이화융합의학연구원 김윤근 교수팀은 최근 나노소포체와 폐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가 분비하는 나노소포체를 들이키게 되면 폐암발생률이 40배 가까이 높아진다. 흡연은 폐암 위험률을 2.7배 높인다.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이 흡연보다 훨씬 해롭다는 얘기다.

이 뉴스 때문인지 이불 매장에는 집먼지진드기를 예방하는 기능성 이불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생활가전 MD1팀 장혜빈 선임상품기획자는 21일 “올가을에는 화려함을 추구하는 이불보다는 심플하면서도 기능성이 좋은 호텔식 이불이 대세”라면서 “특히 항(抗) 알러지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항 알러지 침구들의 집먼지진드기 퇴치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기능성 전문 침구 브랜드인 ‘알레르망’은 고밀도 특수직물을 사용해 집먼지진드기와 먼지 등 유해물질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했다. 이브자리의 ‘러프라인’ ‘뉴트럴’ ‘에비앙’은 집먼지진드기가 싫어하는 피톤치드와 시트로렐라를 가공해 접근을 막고 있다. 항 알러지 침구 전문 브랜드 ‘클푸’는 리오셀계 섬유 및 극세사를 직조한 뒤 제직구조 내에 항균캡슐을 삽입해 투과와 접근 방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박홍근 홈패션의 ‘알러코튼’은 집먼지진드기가 드나들 수 없는 극세사 원단에 부드러운 감촉을 더했다.

이브자리수면환경연구소 고도담 선임연구원은 “고밀도 직물로 투과를 방지하는 것은 완전 퇴치는 어려운 대신 그 기능이 영구적이고, 특수가공은 퇴치 효과는 높지만 영구적이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과방지 제품은 폴리에스테르 100%이거나 면 혼방제품이 대부분이다. 순면은 집먼지진드기가 드나들 수 없도록 촘촘히 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수가공은 100% 순면 제품에도 할 수 있다.

항 알러지 침구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클푸 기획팀 이상민 대리는 “원사의 종류를 비롯해 패턴, 자수 등 부가적인 요소들 때문에 가격 차가 크게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있는 이불이 쓸만해서 새로 마련하기 버겁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캅코리아 이성진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뒤집어 10분 정도 말리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이불을 세게 털어 각질과 비듬, 집먼지진드기 사체나 배설물 등을 제거해주고, 햇볕에 30분 이상 말려 소독하라”고 일러 준다.

이불은 물론 베개 커버도 속통을 빼서 자주 세탁해야 한다. 세탁할 때 물의 온도는 최소 55℃ 이상이어야 이불 속 집먼지진드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 부피가 큰 요 등 잦은 세탁이 힘든 침구류는 3개월에 한번씩 침구의 좌우 방향을 바꿔주고, 6개월에 한 번씩 아래위를 뒤집어주면 좋다. ‘마이크로 가드워시’ 등 침구류를 세탁할 때 같이 넣어주면 침구 표면에 기생하는 세균,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등을 방지해 주는 제품도 도움이 된다.

이 대표는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이나 사체가 초미세먼지와 결합해 생성되는 ‘하우스더스트’는 9∼11월 최고조에 달하므로 이때 침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