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어두워진다는 것

입력 2014-09-20 03:19

나희덕(1966∼ )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 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