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 원흉 ‘헬리코박터균’도 쓸모가 있네…

입력 2014-09-22 03:52

국내 연구진이 위장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균에서 여드름 치료에 유용한 물질을 찾아냈다.

중앙대병원(원장 김성덕)은 피부과 김범준(사진) 교수팀이 미국 콜로라도대 송인성 교수팀, 조선대 박윤경 교수, 류순효 박사팀 등과 공동으로 최근 HP균으로부터 여드름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펩티드(두 개 이상의 아미노산 분자로 이뤄진 화학물질) ‘HPA3NT3’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HP균은 위장 속에 서식하는 박테리라의 일종으로 만성 위염, 위궤양, 심지어 위암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병원체다. 그런데 이 병균을 이용, 주로 청소년의 얼굴 피부를 손상시키는 주원인인 여드름을 퇴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교수팀은 여드름균에 감염된 사람과 쥐의 피부 각질에 HPA3NT3을 각각 투여하고 24시간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의 피부 각질에서 여드름균이 퇴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한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효과는 HPA3NT3을 투여한 쥐의 피부에서도 나타났다. HPA3NT3을 투여하자 하루 만에 여드름균 수가 크게 줄고, 여드름에 의한 홍반 및 염증 반응도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HPA3NT3이 여드름균에 감염되면 활성화되는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결과는 영국피부과학회 학술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더마톨로지’(BJD)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