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일반적으로 노화로 인해 기억력 등 여러가지 지적 능력이 감퇴되는 것을 일컫는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3대 뇌질환 중 하나다. 나머지 두 질환은 파킨슨병과 뇌졸중이다. 그런데도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바뀐다'는 비현실성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에게도 치매가 올지 모른다는 가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TV 드라마에서 갈등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기 위해 만든 설정이거나,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유병률 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노인 인구는 2012년 기준 52만2000명이다. 환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2020년에는 지금보다 23만여 명이 더 늘어 7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치매극복의 날(21일)을 맞아 어떤 경우에 치매를 의심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깜박깜박 잊는 증상이 잦을 때=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자연히 기억력도 조금씩 감퇴되기 마련이다. 치매 역시 다른 질환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문제는 초기엔 증상이 아주 가벼운데다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치매로 가고 있다’는 신호는 대부분 지갑이나 열쇠,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일,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하는 일 등과 같이 나이가 들며 흔히 경험하는 경도인지장애(MCI)로부터 시작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다. 이는 기억력을 비롯해 행동, 인지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 형태, 즉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행할 때 흔히 나타난다.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뭔가를 잊어버릴 때 의심할 수 있다.
부천성모병원 기억장애 및 치매클리닉 심용수 교수는 “특히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 이전에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이 경도인지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진짜 치매에 비해선 판단력과 지각 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이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건망증과 치매로 가는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건망증이나 기억력 이상 증상이 남들보다 잦다고 생각되면 일단 신경과가 있는 병원을 방문, 치매선별검사와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노년기에 우울 증세가 심해질 때=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이고,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특히 주의할 것은 우울증을 방치하다 실제 치매로 발전하는 경우다.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 2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을 조사하고 6년 후 인지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노인들의 인지손상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기의 우울증은 치매로 혼동되거나 서로 동반 악화시키는 위험인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치매 노인이 우울증을 동반하는 비율은 약 30∼40%로 조사돼 있다.
박 교수는 “우울증을 동시에 앓는 치매 노인은 일상생활 수행 및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우울증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상적으로 맡아왔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할 때도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후각 및 청각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치매로 가는 길목인 경도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우리집 전화번호가 몇번이더라?… 치매, 이런 증상 보이면 의심을
입력 2014-09-22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