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한국전력 부지 인수에 대해 “100년을 내다보고 결정한 일”이라며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이니 차질 없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정 회장은 18일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한 임직원들을 불러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다들 고생이 많았다”고 치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비용 지출로 실무진이 문책 받을지 모른다는 관측과 달리 더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지출하게 된 게 현대차그룹 입찰 담당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었다.
정 회장은 “낙찰 금액이 너무 과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라서 금액을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액이 정 회장으로서도 적지 않은 돈이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다만 돈이 공기업인 한전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국가에 기여한다고 판단해 높은 금액을 부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전부지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는 26일 한전과 부지 매매계약을 하고 나면 서울시와의 협상을 비롯해 각종 인허가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인수대금을 1년 내 3회에 걸쳐 나눠 낼 예정이다. 부지 소유권은 대금을 완납해야 현대차그룹으로 완전히 넘어온다.
3924㎡ 규모의 지하 변전소는 그대로 둘 가능성이 높다. 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 때 지하 2층 깊이에 설치돼 한전 본사와 인근 주택가에 전기를 공급해 왔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구상대로 초대형 건물을 짓는다면 어차피 자체 변전소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대신 변전소를 한전부지 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와는 먼저 기부채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는 3종 일반주거지역인 부지 용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조건으로 땅값의 40% 수준의 기부채납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는 기부채납 비율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낫다.
세부 개발 계획도 서울시의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전시·컨벤션, 국제업무, 관광숙박시설 등이 1만500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 계획이 서울시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일 노사 단체교섭에서 한전부지 인수 가격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연구·개발 등 기술력 강화가 아니라 부지 매입에 너무 큰돈을 쓴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사측은 투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정몽구 “국가 땅 사는 거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입력 2014-09-20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