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암 진단 환자, 10년 새 4배 가까이 증가

입력 2014-09-22 03:56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이 태아건강평가를 위해 산전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임신 중 암이 생긴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신 유지를 포기하고 암 치료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힘들더라도 임신을 유지하다 출산 후 암 치료를 받아야 할까. 최근 결혼시기가 늦춰지면서 그에 따른 고령임신의 증가로 임신 중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팀이 1994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7년 4개월간 임신 후 출산 때까지 정기검진을 받은 임산부 4만7545명의 산전(産前)관리 자료를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암진단을 받은 이가 9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임산부 1만 명당 19.1명꼴로 암에 걸린 셈이다. 일반 여성의 암 발생빈도는 2010년 기준으로 1만 명당 29.7명꼴이다.

암 종별로는 자궁경부암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 16명, 소화기암 14명, 혈액암 13명, 갑상선암 11명, 두경부종양 7명, 난소암 6명, 폐암 3명, 기타 암 3명 등의 순서였다. 또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암 진단을 받은 임산부는 12명에 불과했으나 2000∼2005년엔 33명, 2006∼2012년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명이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불과 10년 사이 임신 중 암 진단 환자수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 중 암 치료를 위해 임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경우는 23.1%에 그쳤다. 나머지 76.9%는 그대로 임신을 유지해 출산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 중 암 치료의 결과는 암의 종류, 병기에 따라 편차를 보였다. 임신 중 암 발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5명(27.5%)으로 대부분 발견 당시 이미 3, 4기 이상의 진행성 두경부암 폐암 소화기암 환자들이었다.

최 교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태아와 임산부 본인의 건강을 위해 가급적 암 진단 후 바로 적극적으로 암 치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임신 중 암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아이와 산모 모두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 있으므로 암이 의심될 때는 임신 중이라도 검사를 미루지 말고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