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올해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안전’이다. 연초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세월호 침몰사고(4월), 장성 요양병원 및 부산지하철 화재사고(5, 7월)에 이르기까지 잇단 참사는 국가 재난대응 및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편은 물론 재난의학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재난은 가용자원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사건으로 정의된다. 자연재난, 인위재난, 특수재난 등 3가지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이 중 인위재난에 해당될 것이다.
전염병도 재난에 속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25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최근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및 사망자 속출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삽시간에 전 국민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고병원성 감염병 확산 방지에 대한 초동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해양경찰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 등 국가적으로 재난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지난 7월 하순 고려대안산병원(병원장 차상훈)이 국내 최초로 ‘단원재난의학센터’를 신설, 운영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의료안전망을 구축, 향후 국가재난 발생 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 병원의 이 같은 의지는 차상훈 병원장이 직접 단원재난의학센터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는데서 뚜렷이 확인된다.
세월호 참사와 최전방 총기난사 사건에서 보듯이 초대형 재난 발생 시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각종 정신장애가 십수 년 후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역시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가 최소 20% 이상에 달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한 경험을 단원재난의학센터에 녹여 우리나라 재난의학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앞으로 각종 재난 발생시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한 통합적 대응 및 관리 체계 구축에 필요한 연구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원재난의학센터의 편제도 △재난의학 △재난연구 △행정지원 체제로 나눴다. 재난 발생 시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재난 환자 진료 시설은 물론 재난예방 교육을 비롯한 상담 공간과 24시간 콜센터, 심신건강센터 등도 마련했다.
차 병원장은 “수차례의 재난의료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와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난의학 관련 예방대책과 교육체계를 확립하여 향후 재난 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난 대응체계 구축과 통합적인 재난의료 관리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학술 심포지엄도 수시로 개최할 계획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은 그 첫걸음으로 지난달 29일, 본관 2층에서 단원재난의학센터 설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 재난 대응체계 구축 및 재난의료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고려대의료원 집중화센터 및 암병원] (5) 고려대안산병원 단원재난의학센터
입력 2014-09-22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