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이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복지 서비스 지원금을 중복 지급하는 등 예산을 부실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복지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서 개발원 운영비는 오히려 3억원가량 증액됐다. ‘감사 따로, 예산 따로’인 셈이다.
19일 복지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개발원 회계 관리는 허술함 그 자체였다. 35개 계좌로 직접 관리하는 30억여원이 세입세출예산서에 지난 3월까지 누락돼 있었다. 미지급금, 반납금 성격이어서 실제 집행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감사 결과 개발원은 이 중 29억4350만원을 올해 말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등으로 지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보화사업을 추진하며 887개 품목(31억원 상당)의 하드웨어 및 전산장비를 구입했는데 이를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채 관리했고 재물조사에서도 제외했다. 투명한 절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재정을 운용한 것이다.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돈도 주지 않았다. 2009년 설립된 개발원은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지급을 담당하고 있다. 대상자가 매월 본인부담금을 개발원에 내고 바우처를 이용한 뒤 사용하지 않은 잔액을 환급받는 구조다. 그러나 개발원은 2012년까지 잔액으로 남은 본인부담금 2572만원을 지난 4월까지도 환급하지 않았다. 전자바우처 이용자 대부분이 서민인데도 계좌번호를 다시 확인하는 등의 추가 환급 노력은 없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대상자 중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이는 장기요양서비스만 이용해야 한다. 두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개발원의 역할이다. 하지만 개발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받은 장기요양등급 수혜자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지 않아 지난 4월까지 1799명에게 2억9619만원이 중복 지급됐다. 개발원 측은 복지부의 별도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평가 방식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2011년부터 성과에 따라 연봉 인상률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하위직급이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되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개발원 직원을 345명에서 355명으로 10명 늘리고 인건비 예산을 18억원 증액키로 했다. 정보 시스템 유지관리비가 15억원쯤 줄어 내년 운영비는 올해보다 3억원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정 수급자 색출 등을 담당하는 개발원 인력이 부족해 충원키로 한 것”이라며 “감사 결과에 대해선 개발원 측 서면보고를 받았고 시정 조치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단독] 문제 투성이 기관 예산 늘려준 복지부
입력 2014-09-20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