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스타일’ 김무성-문희상 꽉 막힌 세월호 정국 뚫을까

입력 2014-09-20 03:05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가 19일 공식 출범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로 꽉 막힌 정국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유가족들의 ‘양해’를 전제로 한 절충안 제시를 언급했고, 새누리당은 그를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라고 환영하며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에서 문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난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백전노장인 두 사람은 체격에서부터 정치 스타일까지 그동안 통 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두루 통하는 문(文)·김(金), “언제든 만나자”=문 위원장은 국회의원·광역단체장·전국 시도당위원장 합동회의에서 수락 연설을 통해 “국회의 당면 급선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며 “최소한 유가족이 양해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에 복안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가족 요구대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면 되지만 정치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고 있어 무언가 타협안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의회주의자”라며 22일을 전후해 김 대표와 회동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청와대도 접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하며 “인간적인 신뢰나 존경은 변함이 없으나 기대치와 비교해 100%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놨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 위원장은 대표적인 의회 민주주의자로 평가받는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라며 “축하하고 또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서는 “언제든 만나겠다”고 했고, 이후 문 위원장에 축하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도 안 받았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문희상·김무성’ 핫라인에 대한 기대감은 우선 두 사람이 가진 정치적 배경과 정치 스타일에서 나온다.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문 위원장은 뿌리가 동교동계다. 김대중정부 시절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지냈고, 노무현정부에서는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친노계, 동교동계와 두루 통한다는 뜻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인 김 대표 역시 저력 있는 정치 역정과 커리어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그는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비박계는 물론 친박(친박근혜)계까지 두루 포용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철도파업을 중재하기도 했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강경론을 펼쳐 온 유가족 대책위 지도부가 교체된 점도 논의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는 대목이다.

◇운신의 폭은 제한적=비관론도 존재한다. 여당 내부에서는 문 위원장 체제 출범 자체가 대치정국 해결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미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8·19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마지노선으로 공식 발표해 여야의 협상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위원장이 협상에 개입하는 것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한 새누리당의 의사결정 구조와 맞지 않다”며 “대화의 장은 마련되겠지만 협상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문 위원장이 당내 의견 통합을 이뤄낼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문 위원장이 절충안을 만들더라도 강경파 의원들이 다시 들고 일어날 수 있다. 문 위원장 역시 자칫하다가는 민생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새누리당과 대여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당내 강경파의 틈에 끼일 수 있다는 우려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