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개혁 성향 월간지 ‘염황춘추(炎黃春秋)’가 관영 잡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아시아 순방을 위해 중국을 비운 사이 운영 주체를 바꾸라는 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중국 공산당 내 권력 투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언론과 출판,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17일 염황춘추에 통지문을 보내 “발행 주관 기관을 문화부 직속의 중국예술연구원으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다. ‘2개월 내’라는 시한까지 정했다. 염황춘추의 두다오정 발행인은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관리들은 올해 말까지 정부에 협력하지 않으면 염황춘추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991년 창간한 염황춘추는 관변이긴 하지만 비교적 독립적인 민간단체인 중화염황문화연구소가 발행해 왔다. 그동안 주요 사건이나 민감한 이슈를 폭로하거나 당국의 정책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면서 중국 당국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당국은 민감하거나 비판적인 글을 싣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두 발행인은 2009년 사임 압력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발행인으로 버티고 있다. 또 염황춘추 인터넷 사이트는 지난해 1월 4일 강제 폐쇄 조치됐다가 2주 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당시 폐쇄 조치는 ‘헌정(憲政) 개혁’을 강조한 신년 사설이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염황춘추가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당국의 압력을 견뎌온 것은 창간에도 참여한 개혁 성향 공산당 원로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지원 세력 중에는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염황춘추의 발행 부수는 19만5000부에 이르고 대부분 홍콩과 대만, 미국 독자들이 읽고 있다.
우쓰 편집인은 BBC중문망에 “염황춘추는 발행 주관 부문이 바뀌어도 인사 변동이 없고 편집 방침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발행인은 “염황춘추가 관영 잡지로 전환되면 편집권 독립이 크게 훼손되고 검열 시스템으로 인해 개혁파 필자들의 원고가 삭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격적인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 출신 역사학자 장리판은 “염황춘추가 시 주석과 반대파 사이에 볼모로 잡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염황춘추의 많은 필자들이 시 주석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감추지 않으면서 많은 당내 보수파들이 불만을 가져 왔다”고 전했다. 두 발행인도 “이번 일은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결정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개혁 성향 ‘염황춘추’ 수난… 관영매체 전락 위기
입력 2014-09-20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