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불명예스러운 ‘이그 노벨상’ ‘돼지고기로 코피 치료 연구’ 수상

입력 2014-09-20 03:00
돼지고기 조각을 얇게 썰어 콧구멍을 채우면 코피가 멈춘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의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 ‘불명예스러운(Ignoble)’의 앞 글자를 딴 이그 노벨상은 재미있고 기발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된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유머저널 ‘기발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AIR)’이 매년 노벨상 발표 전에 내놓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간)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코피를 쏟는 어린이의 코에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조각을 넣어 출혈을 막은 미 디트로이트의료센터 연구진이 24회 이그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소날 사레이야 박사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생각해 봤다”면서 “그러나 코피 환자의 코 안에 돼지고기 절임을 쑤셔 넣는 것은 모든 정식 치료법이 다 실패한 뒤의 마지막 수단으로 혈액이 잘 응고되지 않는 희귀질환인 혈소판무력증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쓰인다”고 말했다.

물리학상은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라는 논문으로 바나나 껍질을 밟았을 때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일본 과학자들에 돌아갔다. 공공분야상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나쁘다”고 주장한 체코 인도 일본 미국 공동연구진이, 심리학상은 “습관적으로 늦게까지 깨어있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자만심이 강하고 영악한 경향이 있다”고 발표한 호주 영국 미국 공동연구진이 받았다.

북극에 사는 순록이 북극곰 의상으로 가장한 인간에게도 겁을 먹는지를 실험한 노르웨이 과학자들은 극지 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마크 에이브러햄스 AIR 편집장은 “순록을 놀라게 하려고 북극곰처럼 변장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