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외교관계 정상화 조짐 보인다

입력 2014-09-20 03:40
박근혜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의 19일 청와대 만남은 최근 한·일 양국이 경색된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접촉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 지한파 원로인 모리 전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한·일 관계 개선 희망을 담은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면담이 꼬인 양국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본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며, 모리 전 총리의 박 대통령 예방도 이를 위한 외교적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함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이분들(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일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중외교현장에서 일본을 폄하하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그같은 언급이 해빙무드로 돌아서려는 양국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해법을 논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양측의 교착상태는 이제 회복돼야 마땅하다. 동북아시아의 급변하는 외교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의 고립’은 피해야 한다. 이미 북한은 미국,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갈등 관계에 있던 중·일도 화해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모리 전 총리의 박 대통령 예방이 오랜 냉각기에서 벗어나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우호관계를 설정하는 외교 정상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