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중봉에 스키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강원도와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19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강원도는 17일부터 이틀 동안 약 1만평 이상의 옛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대해 벌목을 실시했다. 23개 환경단체들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스키연맹(FIS)의 투런(2RUN) 규정이나 표고차 750m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가리왕산에 활강경기장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며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을 파헤치는 벌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투런 규정’은 활강경기에 필요한 표고차 800m 지형 여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표고차 350∼450m 경기장에서 2회에 걸친 완주기록을 합산해 이를 인정토록 한 조항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적용해 용평·하이원 리조트 등 주변 스키장을 활용하면 활강경기장 건설 예산 수천억원을 절약하고, 가리왕산 환경 파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투런 규정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고, 750m 예외 규정도 평창올림픽에선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투런 규정에는 특정 대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언급이 없고, 어느 나라도 아직 이 규정의 적용을 요청한 사례가 없다. 이런 예외적 조항들은 오히려 비유럽권 국가들에서 지형조건 불비와 환경 파괴 논란 때문에 개최 의지가 좌절되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생긴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애당초 특정 시설 기준을 강요한 적이 없고, 오히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것을 장려했다고 한다. 따라서 평창조직위 측도 친환경 동계올림픽의 선례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IOC, FIS와 투런규정 적용을 위한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 이후 러시아 소치가 유령도시로 변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해가며 시설을 지었다가 올림픽 이후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설] 친환경 동계올림픽 위한 협상 시작하라
입력 2014-09-20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