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경북 울진군] ‘쉽게 접하는 책’ 정책…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독서에 푹

입력 2014-09-22 03:15
작은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책읽기 수업 중인 어린이들.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은 작은 도서관, 드림북스타트, 등불교실 등을 통해 ‘쉽게 접하는 책 정책’을 펴 군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등불교실을 통해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한글퀴즈, 글짓기, 장기자랑 솜씨를 뽐내는 ‘등불을 밝혀라 도전 골든벨’ 모습.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은 ‘쉽게 접하는 책 정책’을 펼친다. 이 정책을 펼치는 임광원 군수는 늘 책을 가까이 두고 읽는다. 책을 가까이하는 임 군수가 펼치는 특별한 정책 가운데는 먼저 ‘작은 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임 군수가 취임할 당시 군내 도서관이라고는 도립공공도서관과 울진남부도서관, 죽변면도서관 등 세 개뿐이었다. 울진군의 구조가 남북으로 111㎞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부족한 현실이었다.

임 군수는 2010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가까이에 책을 두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6개를 열었다. 울진 근남 원남 기성 평해 온정 등에 문을 연 작은 도서관에는 2만1000여권의 책을 비치해 주민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작은 도서관은 그동안 도서관이 없었던 곳을 위주로 군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도 함께할 수 있는 아동 돌봄까지 함께 이뤄지게 꾸며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지난해부터는 이곳에서 문화강좌를 개설해 한지공예, 북 아트, 영·유아 미술놀이 등을 함께 운영해 1500여명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등 갈수록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드림북스타트’도 눈길을 끈다. 드림북스타트는 독서진흥 및 인문학의 기초 실천 공간이다. 아동 개인의 능력 향상과 새로운 지식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개인이나 공공·민간기관 등이 함께 ‘꿈의 책 모으기’에 동참하고 있다. 드림북스타트에 필요한 책은 연중 계속해서 기증 받는다.

청소년이 많이 찾는 청소년수련관 빈 로비를 활용한 독서공간은 군민 모두가 주인이 돼 잠자는 책을 나누어 꿈꾸는 책으로 함께하는 자율 독서 공간이다.

지금까지 기부 나눔으로 모인 5000여권의 소중한 책이 청소년수련관 로비에 진열돼 군민의 서재로,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누구든지 책을 보는 순간, ‘정말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관리인이 없기 때문에 대출은 직접 한다. 실컷 읽다가 그냥 두고 가면 된다. 말하자면 ‘조건 없는 도서관’인 셈이다. 임 군수의 독서 철학이 담겨 있다. ‘가까운 곳에 두고 쉽게 접하는 책’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그냥 꺼내 본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모습이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책 읽고 장난치는 모습이 여느 도서관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발상도, 운영도 특이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노인 인구가 24%에 이르는 울진군에는 ‘등불교실’도 있다.

글을 모르는 노인들에게 한글교육을 하는 곳이다. 2011년부터 임 군수가 시행해 오고 있는 정책으로 호응이 좋다. 180명으로 시작했지만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250명이 교육받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850명이 교육을 받았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면 책 읽기는 당연한 것이다.

등불교실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는 201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등불을 밝혀라 도전 골든벨’이 있다. 등불교실을 통해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한글퀴즈, 글짓기, 장기자랑 솜씨를 뽐낸다. 올해는 15개 마을에서 250여명의 어르신이 참가할 예정이다.

주세중 아동청소년팀장은 “꼭 청소년수련관을 찾아 책을 읽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더욱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드림북스타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평소 가까이 하지 않던 책을 읽는 계기가 됐고 로비에 항상 책이 있으니 나도 모르게 책을 집어 들게 된다”고 말했다.

군청 직원들은 하나같이 임 군수가 직원역량강화 교육 및 특강을 통해 책에서 읽은 사례나 교훈을 특강 자료로 활용해 직원들에게 독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임 군수는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는 방법으로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시골의 작은 군으로 문화적 여건은 열악하지만 책으로 문화를 배우고 책을 가까이 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모습은 울진군의 모습은 ‘책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격언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지난 7월 부임한 김상렬 울진경찰서장은 “관내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울진군의 ‘쉽게 접하는 책 정책’에 감명을 받았다”며 “경찰서 직원들에게도 이 정책을 전파해 독서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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