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야당은 1955년 9월 창당된 민주당이다. 초대 대통령의 중임제한 철폐를 골자로 한 사사오입 개헌을 계기로 자유당의 전횡 저지와 헌법 수호에 호응하는 정객들이 한데 뭉친 것이다. 하지만 창당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이른바 자유민주파(보수파)와 민주대동파(혁신계)가 대립하는 바람에 신익희를 대표, 조병옥 장면 곽상훈 백남훈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데 무려 9개월이나 걸렸다.
창당 과정의 대립은 계파정치의 원조격인 신파-구파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집권기인 제2공화국에선 극심한 내분으로 발전했다.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했으며, 그 여파로 9개월 동안 개각을 네 번이나 해야 했다. 군사 쿠데타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도 하다. 분당을 거쳐 신민당으로 재통합됐지만 박정희정권에서도 계파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신민당은 제5공화국 때 민추협을 모태로 신한민주당으로 거듭났지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간 힘겨루기가 볼썽사납게 전개됐으며, 87년 대선을 앞두고는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갈라섰다. 제1야당이 단일대오를 구축한 것은 3당 합당으로 김영삼이 떠난 뒤 김대중이 이끌었던 10여년이 전부 아닌가 싶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잠적소동 후 복귀 기자회견에서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회견에서 “빛나는 60년 전통을 이어받은 새정치연합이 누란지위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60년 전통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법통을 승계했다는 걸 뜻한다. 민주당의 창당 정신을 이어받아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일궈낸 업적은 새정치연합에 빛나는 전통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전투구식 계파 갈등과 분열의 DNA를 함께 전수받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계파 싸움을 자제하고 힘을 합쳤다면 민주화와 민주정부 수립을 훨씬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새정치연합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계파 패권주의의 싹을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당의 새 얼굴로 등장한 문 위원장의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60년 역사의 검은 그림자를 놔두고서는 집권이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60년 전통의 그림자
입력 2014-09-20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