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회초리의 부작용

입력 2014-09-20 03:18
훈장차림 교장의 훈육 모습. 연합뉴스

옛날 과거시험에서는 뛰어난 문장을 ‘삼십절초(三十折楚)’ 또는 ‘오십절초’라고 했다. 회초리가 30개 혹은 50개 정도 부러져야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선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성균관에서도 체벌은 일상이었다. 종아리 맞는 것은 다반사였다.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은 매월 초하룻날마다 회초리를 구해와 훈장에게 바쳤다. 그 회초리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아이의 부모들이 훈장을 찾아가 오히려 섭섭함을 표시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회초리 논란이 일고 있다. 미식축구 스타인 피터슨이 4살짜리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대배심에서는 아들의 몸 곳곳에 생긴 피멍으로 볼 때 피터슨의 체벌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체벌 옹호론과 체벌 반대론이 맞서면서 사회 전체로 체벌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일 유니세프는 아동 폭력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2∼14세 아동 중 60%가 부모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매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 60%란 수치는 체벌이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도 비슷하다. 2010년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모 중 59%는 가벼운 체벌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8%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학교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129개국이지만, 가정 내 체벌까지 금지한 나라는 37개국뿐이라는 국제체벌금지기구의 통계를 보면 부모의 체벌을 사랑의 매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체벌을 순수한 과학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체벌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IQ가 3∼5점 낮으며, 국가 간의 평균 IQ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체벌이 흔하게 이뤄지는 국가의 평균 IQ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벌을 정기적으로 받은 아이들은 뇌의 용적이 줄어들고, 특히 전두엽 부분이 작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의 전두엽은 의욕이나 집중력을 관장하는 부위다. 특히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의 신경회로가 급속히 발달하는 시기인 3세 미만 아이들이 체벌을 받을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79년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할 때만 해도 국민의 70%가 반대했으나 35년이 흐른 지금은 국민의 90%가 체벌금지법을 지지하는 스웨덴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