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변화보다는 안정’ 공감대… 관리형 비대위

입력 2014-09-19 04:05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추천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문 고문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당 재건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문희상 상임고문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이 시급하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고문은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어 이해관계 조율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 고문을 추대한 당내 계파들은 이후 본격적인 수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문희상 카드’를 지지하는 이유가 제각각이고, 언제든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형 새 비대위는 살얼음판 행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고문은 향후 3∼4개월 동안 비대위원 임명과 지역위원장 선출, 차기 전당대회 룰 세팅 등 당 조직을 재건해야 한다. 하나같이 시한폭탄 처리와 같은 민감한 작업들이다. 지역위원장 선출은 차기 당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차기 당권은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각 계파 간 치열한 물밑싸움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과 내년 초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영선 탈당 파동’ 사태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 고문은 실타래처럼 얽힌 계파 갈등을 치유하고 당을 재정비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두 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결과로 강경파에 계속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후임 원내대표 선출 여부 등도 문 고문이 풀어야 할 난제다. 비대위원장 추천 연석회의에서 결의한 오픈 프라이머리 등 공정한 공천제도 실현을 비롯한 당 혁신에 대한 요구도 숙제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문 고문은 오랜 기간 당의 주요 직책을 맡아 뛰어난 정치력을 보여왔다”며 “계파별로 당이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봉합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계파색이 옅기 때문에 ‘문희상 비대위 체제’는 계파 간 나눠먹기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 고문을 지지한 각 계파가 저마다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러한 계파 간 나눠먹기가 더 큰 내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비대위원장직에는 문 고문 외에 이석현 국회부의장, 원혜영 의원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됐다. 문 고문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이제는 에너지가 없다”며 비대위원장 추대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노계인 이 부의장과 범친노계인 원 의원 모두 당내 비토세력이 있어 자칫 비대위원장 선출이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문 고문에게 속속 전달되면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은 추대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진맥진해서 계속 거절하려고도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다”며 “이것도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여력이 있다면 빗질이라도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연석회의에는 전·현직 대표와 상임고문, 당 원로 22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불참했다. 안 전 대표가 향후 어떻게 지분을 확보할지도 변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