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규 교수의 바이블 생명학] 마지막 위기, 치매

입력 2014-09-20 03:59

82세 김정순(가명) 할머니는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로, 외래를 방문할 때마다 밝은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하던 분이다. 한동안 뜸했다가 최근 방문했는데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혈당과 혈압은 비교적 조절되고 있었지만 말을 잘 못했다. 분명 평소처럼 필자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입에서 나온 것은 인사말이 아니라 어떤 외침이었고 괴성이었다. 진찰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괴성을 지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에 치매가 발병하여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치매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인지(認知)기능 장애를 보이는 질환이다. 인지란 감각(感覺) 기관을 통해 지각(知覺)된 것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그 지각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인지기능 장애가 있으면 (사과를 보고) 식탁 위 쟁반에 붉고 둥근 물체가 하나 있는데 그 정점에 꼭지가 달려 있다고 지각된 상태를 설명할 수는 있겠으나 그 지각된 것이 사과인 줄 알지 못한다. 이처럼 인지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추출되는 판단이기에 기억 장애가 있으면 필연 인지 장애를 동반한다. 그래서 치매의 주 증상은 기억장애인 것이다. 기억장애 외에 시간과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지남력(指南力) 장애, 언어소통 장애, 성격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구분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주로 대뇌 피질 부위에 있는 뇌세포를 죽이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발현으로 생긴다. 이에 비해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뇌경색으로 손상된 부위에 위치한 뇌세포의 기능 상실로 온다. 혈관성 치매는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므로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문제는 알츠하이머 치매이다. 이 병은 확실한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부터 뇌세포가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뇌세포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것은 우선 무엇보다도 뇌세포의 혈액 순환과 기능에 해로운 것을 금하는 것이다. 흡연은 혈관에 치명적으로 반드시 금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역시 조절되어야 한다.

또한 뇌세포 건강에 도움이 되는 ‘뇌세포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운동으로 추천되는 것은 성경구절 암송과 찬송가 가사의 암송이다. 매일 암송할 분량을 정해 놓고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 지난날을 회고해 보며 자서전을 써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도 뇌세포 운동에 도움이 된다. 이를 테면 늘 다니던 길로 다니지 말고 다른 길로 가보는 것이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치매는 그리스도인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치매는 그리스도인들이 어쩌면 마지막으로 마주치게 되는 신앙의 위기이다. 치매에 걸리면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습관에 따른 예배 행위는 지속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예배드림은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영적 생명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주님과 동행하면서 나누었던 그 아름다운 추억들이 전혀 기억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불행은 주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주님이 누구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히는 일인가!

이 신앙의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혹 도움이 될까 해서 필자의 기도를 나누고 글을 맺고자 한다.

‘주님, 사명 다하는 날 종을 데려가 주소서. 그때까지 주 음성 듣는 귀 어두워지지 않게 하시고 주께서 행하시는 일 보는 눈 흐려지지 않게 해 주소서. 주의 그 아름다운 이름과 주께서 종에게 베푸신 그 모든 사랑 하나라도 잊지 않고 다 기억하게 해 주소서. 하늘 사명 완수하는 그날에 주 계신 그곳으로 종을 불러 주소서. 더 이상 이 땅에 남겨 두지 마소서.’

김덕규 동아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