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부지 새주인] 입찰 떨어진 삼성 ‘씁쓸’… 대박 한전은 ‘함박웃음’

입력 2014-09-19 04:13
한국전력 부지 낙찰자가 발표된 18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직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권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둘러싼 재계 1·2위 간 대결에서 패배한 삼성그룹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후 벌어진 첫 대규모 입찰경쟁에서 현대차에 패했다는 점이 걸린다.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삼성동) 한전부지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인프라와 대규모 상업시설, 다양한 문화 공간이 결합된 ‘ICT 허브’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업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게 됐지만 크게 동요하는 기색은 아니다. 입찰 실패가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이나 경영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낙찰가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10조5500억원으로 드러나자 삼성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이 때문에 삼성에서는 “우리가 못해서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많다. 일각에서는 “사옥 부지 마련에 사활을 건 현대차만큼 한전부지가 삼성에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한국전력은 본사부지 매각 입찰을 통해 당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재원을 확보하게 되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전 백승정 기획본부장은 “서울 삼성동 부지 매각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낙찰되면서 내년쯤 부채를 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현재 부채 규모가 57조원인 한전이 부지 매입 대금 10조5500억원을 고스란히 부채 감축에 투입하면 부채는 약 46조4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부채액보다 18.5% 감소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전의 사업비용 절감액 등을 더하면 지금보다 빚을 2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백 본부장은 또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액수가 기대 이상이었느냐는 질문에 “이번 입찰 결과로 부지 매각 작업이 ‘헐값 논란’ 등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