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금융권을 시끄럽게 한 ‘KB사태’는 낙하산 인사·관치금융 등 한국 금융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낱낱이 보여줬다. 여기에 금융감독 당국이 뒷북 대응과 내부 불협화음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임 인선 과정에서 관치금융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영록 해임은 끝 아닌 시작=KB금융지주 이사회가 17일 밤늦게 임 회장 해임안을 최종 의결함으로써 임 회장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임 회장과 법정 공방을 계속해야 한다. ‘KB사태’의 또 다른 책임자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당국 수장들의 책임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금융 당국의 부실한 감독·제재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제재 수위를 놓고 2개월 넘게 혼선을 빚었던 제재심의위원회를 금감원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공정거래위원회처럼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장을 맡아 혼선을 줄이자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KB사태에서 드러난 ‘옥상옥’ 문제점인 금융지주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현재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업무가 사실상 중복된 형태이면서 둘 사이 위계체계가 분명하지 않다”면서 “회장이 명목상 위지만 인사권은 갖지 않은 이 애매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임 회장 내부 인사 가능성 커…이사회 책임론도=임 회장 해임에 따라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이번 사태가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 만큼 향후 임 회장 후임으로 관(官) 출신이 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내부 출신’ 인선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과 은행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박지우 부행장이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지만 각종 사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외부 금융인 출신도 거론되지만 노조 반발이 예상돼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서 마무리까지 중심에 서 있었던 이사회가 또다시 후임 회장을 인선할 자격이 있느냐는 ‘이사회 책임론’도 힘을 받고 있다. 당장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외 이사들이 정부, 금융 당국의 뜻을 따르는 거수기로 추락했다”면서 “회추위에 사외이사뿐 아니라 임직원이 추천하는 위원이 참여해 논의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사진을 전면 교체한 뒤에 후임 인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 경영에 손실을 끼친 현재 이사회가 후임 회장을 인선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소액 주주가 나서서라도 현 이사회 교체를 해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박은애 기자 mymin@kmib.co.kr
한국금융 치부 고스란히 드러낸 KB사태… 임영록 퇴출로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14-09-19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