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예산안-‘묻지마’ 확장 논란] “빚 늘더라도 경기부양”… 나라곳간 채우기 사실상 포기

입력 2014-09-19 03:24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겼던 재정건전성을 내년 예산안에서는 지워버렸다. 경기회복을 위해 무리를 하더라도 최대한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중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오래갈 듯하다. 당장 현 정부 임기 내에 균형재정은 물 건너갔다. 정부가 18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성장률과 세입, 재정수지를 부풀리는 ‘고질병’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집권 2년차에 재정건전성 사실상 포기=지난해 짠 2013∼2017년 계획상 내년 예산안과 이날 발표된 예산안을 비교하면 총세입은 13조원 줄었다. 반대로 총지출은 계획 대비 8조원 늘었다. 예상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적자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3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1%에 이를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뺀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2.1%는 2010년 -2.4%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35.1%에서 35.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 비율은 2017년에는 36.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07.1%와 비교하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28%로 관련 통계를 내는 7개 국가(영국 2%, 호주 9%, 캐나다 15% 등) 중 최고 수준이다. 공공부문 부채를 합친 실질적 국가채무 비율은 위험치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임기 말 균형재정 목표도 버렸다. 지난해 예산안 발표 당시 정부는 2017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을 -0.4%까지 낮춰 균형재정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면서 2017년 예상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은 -1.3%로 악화됐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빚이 늘어나겠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가계 소득이 오르고 기업이 살아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충과 같은 단기적 경기부양 시도로 결국 나라 곳간만 거덜 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매년 바뀌는 ‘장밋빛 전망’ 고질병 여전=정부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평균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 4.0%+물가상승률 2.0%)을 6.0%로 잡았다. 이를 근거로 이 기간 국세 수입이 연평균 5.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 만큼 침체기인 상황에서 6.0% 성장은 전망치가 아닌 정부 기대치 아이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세수 증가율이 갈수록 경상성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5.9%라는 숫자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난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세입 전망 부풀리기→세출 증가→세수 감소→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악순환을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