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예산안-교육 부문]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 한 푼도 편성안돼

입력 2014-09-19 03:27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고교 무상교육이 내년 교육부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의 수업료·입학금·교과서비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에 처음 시행될 예정이었다.

누리과정,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도 줄줄이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지역 교육청에 분배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조원 이상 줄어 교육청 살림이 한층 빠듯해졌다. 교육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내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에 소요되는 2420억원을 편성해 달라고 예산 당국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예산 당국은 초·중등 교육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올해 도서벽지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2017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으로 시행이 1년 미뤄지더니 내년 예산안에서도 빠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격적으로 세수 확보에 나서며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어 상황이 호전되면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고교 무상교육을 약속해 결국 선심성 ‘공약(空約)’이 돼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 교육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국고로 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누리과정 예산은 내년 예산에서도 제외됐다. 교육부는 예산 당국에 2조2000억원을 요청했었다. 이를 제외한 건 기존처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결하라는 뜻이어서 교육감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초등 돌봄교실도 내년에 3, 4학년까지 확대하기 위해 6600억원이 편성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이래저래 지역 교육재정은 주름살이 깊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감소했다. 지난해 40조8600억원에서 올해 39조5200억원으로 1조3000억원가량 줄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가 침체됐던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늘어도 모자랄 판에 힘들어지게 됐다. 앞으로 교육 사업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성토했다. 서울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연합학력평가를 못하고 학교운영비를 삭감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부족분은 교육청들이 빚을 내 해결하라’는 게 정부 대책이다. 교육부는 예산 당국과 협의 끝에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지방채 1조8000억원을 사주기로 했다. 공자기금의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낮고 5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조건도 좋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그러나 눈앞의 재정적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