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가 세상을 떠난지 4년이 흘렀음에도 많은 이들은 복음에 미쳤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미친 ‘광인 옥한흠’을 기억한다. 그는 주일 설교를 위해 30시간 이상 준비할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인 광인이었다. 또 죽음 직전까지 보냄 받은 제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제자 옥한흠’을 잊지 못한다. 그는 마지막에 울었다. 예수님이 보고 싶어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미안해서, 병실에서 성도들을 위해 눈물을 흘린 ‘아버지 옥한흠’이다.
고인의 삶을 다룬 영화 ‘제자 옥한흠’이 오는 11월 초 극장에서 개봉한다. ‘잊혀진 가방’ ‘중독’ 등을 제작한 김상철(파이오니아21 연구소장) 감독 작품이다. 배우 성유리는 내레이션을, 권오중은 옥 목사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특별출연한다. 김영순 사모와 아들 옥성호씨, 홍정길 이동원 김동호 오정현 박정근 김경원 이찬수 목사 등이 옥 목사에 대해 말한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옥 목사님이 ‘교회 내에 불신자가 많다. 교회에 다시 복음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다”며 “그 메시지가 지금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년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약 1년 8개월 동안 찍었다. 김 감독은 “한경직 목사님 이후로 한국 기독교사에서 영적 지도자로 알리기에 부족함 없는 분인데, 의외로 옥 목사님을 모르는 그리스도인들 많았다”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분들께 새로운 영적 멘토로 옥 목사님을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전 옥 목사는 주옥같은 말들을 남겼다. 때론 이 말들이 뼛 속을 후비며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영화는 잊지 않고 고인의 빛나는 말들을 추적한다.
“우리 교회만 잘한다고 되는 것 아닙니다. 한 교회만 큰다고 해서 한국교회 전체가 새롭게 된다거나, 또 새로운 부흥을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사회가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도덕성의 문제, 권위의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공동의 배를 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사회를 향해서 더 잘 섬겨야 합니다.”
“한국교회 평신도를 나무라지 마세요. 우리는 절대 평신도 나무라면 안됩니다. 평신도는 목회자가 만들기에 달렸어요. 저는 목회하면서 이걸 알았어요. 평신도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요. 주님이 특별히 주목한 것은 그 교회의 사자입니다. 그 사자가 바로 되면 평신도는 바로 됩니다. 그 사자가 잘못되면 평신도가 잘못되는 거예요.”
“한국교회의 모든 책임은 교역자가 져야 돼요. 교역자가 돈을 사랑하지 않는데 교인들이 돈을 사랑하려고 하겠어요? 교역자가 음란하지 않는데, 교인들이 간음죄를 범하겠어요? 교역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벌벌 떠는데 교인들이 거짓말을 함부로 하겠어요? 오늘날 한국교회 총체적인 위기는 교역자가 책임져야 돼요. 입만 살았죠. 실상은 주님 앞에 죽은 자와 같아요.”
옥 목사는 1978년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후 줄곧 ‘한 사람 철학’을 주창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힘썼다. 자기 절제가 워낙 철저했기 때문일까. 50대 초반에 발병했지만, 이는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에 천착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삶의 현장을 파고드는 다양한 이슈의 주제 설교는 성도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줬다.
영화에선 풍성한 꽃꽂이 뒤편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옥 목사의 두 손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병고가 깊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는 성도와 약속한 마지막 강단을 지킨다. 그리고 6개월 뒤 72세 일기로 하나님 품에 안긴다.
사실 개봉 앞둔 이 영화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안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국의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길 바라는 것은 한국교회 회복의 상징적 의미가 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영화에서 만난 옥 목사는 스스로를 흠 많다고 낮췄다. 또 대형교회 목사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겼다. 그에게 비교 대상은 오로지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 성도였다. 영화 ‘제자 옥한흠’은 23·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유료 시사회를 갖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복음에 미쳤던 ‘狂人 옥한흠’ 만난다
입력 2014-09-20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