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SKY, 여자는 IN 서울… 소개팅 사이트도 학벌로 차별

입력 2014-09-19 03:17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 카이스트·포스텍 남성을 소개시켜 드립니다.’

취업알선업체나 결혼정보회사가 내건 문구가 아니라 ‘데이트’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사이트의 홍보 문구다. ‘서울지역 25개 대학 재학생’ 또는 ‘SKY 등에 재학 중인 20∼39세 남성과 서울지역 4년제 대학의 20∼39세 이하 여성’ 등의 자격 조건을 내건 곳들도 있다. 우후죽순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자격제한 데이트 소개 서비스가 학력 서열화와 성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앱 ‘길 하나 사이’는 서울 25개 대학 학생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시 대학과 학번을 입력해야 하다. 신촌 일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대상 대학을 늘렸다. 구글 앱스토어에서만 1만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앱 소개에는 ‘성적인 농담이나 불쾌한 욕설 등을 예방하기 위해 대학 인증을 선택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남녀 ‘학벌’에 차이를 둔 만남 사이트도 있다. 서울대생이 개설한 소셜 데이팅 사이트 ‘스카이피플(SKYPeople)’은 서울대생들에게 연인을 찾아주자는 취지로 지난 5월 마련됐다. 서울대생들만 이용하던 사이트에서 지금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카이스트, 의·치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남성으로 대상을 넓혔다. 반면 여성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으로 가입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길 하나 사이’의 구글 앱스토어 리뷰에는 ‘우리 학교도 앱에 포함된 학교보다 못하지 않은데 왜 없느냐’는 불만도 올라온다. 남녀 학벌 조건이 다른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대학생 오모(25·여)씨는 “가입 조건이 대학 서열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남자가 여자보다 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포한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길 하나 사이’ 개발자 김병훈(26)씨는 “학교 인증은 자기소개가 사실임을 검증하는 수단”이라며 “학번을 입력해 인증을 받기 때문에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하기엔 기술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해명했다. ‘스카이피플’ 측은 홈페이지에 “신청 자격에 별도의 제한을 가한 부분에 대해 상당한 비판과 비난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사이트 개설 취지, 기존의 학내 소셜 데이팅의 성비 문제 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제한을 가한 점을 양해해 달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학벌없는사회 김지애 사무처장은 “결혼정보회사에서나 강조되던 학벌이 대학생들의 소개팅 앱으로까지 내려왔다”며 “나아가 재산과 출신 학교 배경 등을 남성에게 더 강요하고 여성에게는 외모를 더 기대하는 등 성별 위계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조성은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