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非常’이 일상화된 정치… 국민은 피곤하다

입력 2014-09-19 03:16
여야가 너나없이 ‘비상’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달 넘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며 ‘비상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여의도에서 비상이 일상이 되면서 정치의 비상식·비정상화는 계속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은 비대위 구성 때문에 당에 비상에 걸린 지 한참이 지났다.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비대위원장을 지냈던 문희상 의원이 1년여 만인 18일 다시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 비대위는 내년 1∼3월 사이에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까지 가동될 예정이어서 새정치연합은 최소 6개월가량 ‘비상상황’ 아래 놓이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추석 직전 장외투쟁을 ‘비상행동’으로 불러달라고 밝힐 만큼 비상이란 단어를 애용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요즘 들어 비상이라는 말을 부쩍 자주 꺼내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17일 “야당이 민생·경제법안 분리 처리를 계속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시나리오를 마련해서라도 처리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며 비상론을 처음 꺼냈다. 청와대가 세월호법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여당도 민생입법 처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너도나도 비상이 되다보니 일상적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다.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보름 넘게 공전 중이다. 국회는 5개월 가까이 법안 처리가 전무한 ‘입법 제로’ 상황이다.

대신 비정상적 상황은 계속된다. 새정치연합은 당 원내대표가 탈당까지 언급하며 3박4일간 잠적했다가 돌아와 다시 여당과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2차례나 합의한 안을 다시 협상하겠다고 하자 대화 파트너인 여당은 대꾸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비상상황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는 “야당은 비대위를 꾸렸지만 무엇 때문에 비상인지도 모른 채 계파갈등만 서둘러 봉합하려 하고, 여당은 강경한 태도로 오히려 야당 강경파에 명분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