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A의료법인재단 전 대표였던 김모(56)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같은 혐의로 고소당했다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김씨는 담당 수사관에게 당시 자료를 제출했지만 “추가 보충 자료가 필요하다”며 아예 자료 제출을 거부당했다. 김씨는 담당 수사관이 편파 수사를 한다며 해당 경찰서에 수사관 교체를 요청했다. 결국 담당 수사관은 팀장급으로 교체됐고, 김씨가 제출한 자료도 인정받았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소·고발 사건 등에 대한 수사관 교체 요구가 매년 1500건을 넘어선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3분의 1 가까이 기각되고 있다. 경찰청장 내정 당시 “경찰 불신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던 강신명 청장이 칼을 뽑아들었다. 개별 수사관의 수사 결과를 업무 성과에 반영하는 성과제 도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관 교체 요구는 시행 첫해인 2011년 1026건(5∼12월)에 달했다. 이어 2012년 1678건, 지난해 1567건으로 매년 1500건을 넘어섰다. 올해도 7월말 기준 1083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70%를 웃돌았다. 경찰서 청문감사실을 통하지 않고 구두로 수사관 교체를 요청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교체 이유는 ‘편파 수사’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편파 수사로 인한 교체 요청은 712건으로 전체의 45.4%를 기록했다. 욕설이나 기타 인권 침해로 인한 교체 요청 건수는 33건에 불과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법원에서 기각되는 비율도 증가 추세다. 2009년 21.4%였던 구속영장 미발부율은 지난해에는 27.3%로 증가했다. 구속영장 신청 건수가 2009년 4만9825건에서 지난해 2만9532건으로 크게 줄었는데도 기각률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청은 최근 각 사건의 처분 결과를 개별 수사관의 업무 성과에 반영하는 성과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책임 수사’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경찰은 형사사법포털(KICS)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검찰, 법원의 처분 결과를 확인해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ICS는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 등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작성된 자료를 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0년 7월 도입됐다. 그동안 종이기록으로 주고받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도입 당시부터 사건 처분 결과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지만 그동안 경찰은 본인 사건의 처분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해 왔다.
경찰청은 그러나 형사사법포털 사건처분결과 조회를 통해 담당 사건에 대한 처분 결과를 경찰 업무 성과에 반영할 예정이다. 처분 결과에 대한 경찰의 수사 미진이나 과오를 자체 회의를 통해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수사에 대한 책임을 더하자는 취지로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들이 자기 사건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호 전수민 기자 inhovator@kmib.co.kr
[기획] 불신받는 경찰, 돌파구 찾기… 개별 사건 수사 결과 인사에 반영한다
입력 2014-09-19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