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 땅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세우셨고 90년을 살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곳은 여전히 아파서 신음합니다. 정의는 무너졌고 평화는 소실됐습니다. 하나님, 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꿈을 함께 꾸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1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아트홀. NCCK 90주년 기념예배의 인도를 맡은 대한성공회 교무원 총무국장 유시경 신부의 기도가 울려퍼졌다.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유 신부의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1924년 9월 24일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시작한 NCCK는 이날 예배를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드렸다. 사회의 신뢰를 잃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반성하고 고통 받는 약자들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예배의 ‘죄의 고백’ 순서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회전국연합회 김소형 총무는 “한국교회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지위를 탐한다”며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교회가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최애지 간사는 “한국교회는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하나님의 뜻이 이뤄졌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등 주술적 신앙의 유혹에 빠져 있다”며 “한국교회 안에 복을 비는 기도는 넘쳐도 하나님의 의와 세상의 변화를 구하는 기도는 너무나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NCCK 회장 박종덕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설교에서 “고난 받는 이웃의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고 교회가 늘 짊어져야 할 짐이자 십자가”라며 “한국교회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일에 열심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의 존재가치가 흔들리는 이 시대에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할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찬양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해고노동자 22명이 맡았다. 이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힘차게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다. 세월호 희생자, 송전탑과 해군기지 건설로 각각 고통 받는 경남 밀양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이주노동자, 장애인, 노숙인 등의 목소리도 전달됐다. 참석자들은 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기도문으로 답장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배는 NCCK 김영주 총무와 참석자들이 함께 다짐의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됐다. 김 총무가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힘없는 자들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답했다.
김 총무는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NCCK가 향후 한국교회의 협력을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교회가 조금 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민하며 100주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고난 받는 이웃의 문제는 교회가 짊어져야 할 짐·십자가”
입력 2014-09-19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