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오전 전국 93곳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펼쳤다. 청소년·학생,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아침 등굣(출근)길, 학교 및 전철역 등에서 쌀로 만든 간편식(주먹밥, 컵밥)을 나눠주며 아침밥 먹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다. 기자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도중 농식품부가 나눠주는 삼각김밥을 받았다. 뜻하지 않게 먹을거리가 생겼다. 맛나게 아침 식사를 해결했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삼각김밥을 받은 사거리 모퉁이는 두 달 전까지 김밥과 주먹밥을 팔던 작은 노점이 있던 곳이다. 당국이 노점상을 철거하기 전까지 수많은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점상 행위 금지 구역’이라는 빨간 글씨가 적힌 경고판만 울타리에 붙어 있다. 이 노점상이 철거된 이후 많은 이들의 ‘아침식사 생태계’가 파괴됐다.
공교롭게도 농식품부는 이날 쌀 시장 개방 후속 쌀 산업 발전 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의 정책은 간략히 말하자면 품질 좋은 쌀을 값싸게 생산하는 것과 소비자들이 쌀을 더 많이 먹게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소비와 관련해 쌀 농가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날이 갈수록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아침밥을 거르지만 않아도 소비량 감소 걱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은 너무나 구식이다. 모든 국민에게 매일같이 아침밥을 전해주지 않을 바에야 이런 일회성 캠페인은 무용지물이다. 다양한 이유로 아침을 거르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침식사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에 눈을 돌려야 한다. 수억명이 출근길 죽(粥)집에서 든든히 속을 채우는 중국에서 힌트를 얻어도 좋을 일이다.
세종=경제부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현장기자-선정수] 농식품부 아침밥 먹기 캠페인 허튼짓
입력 2014-09-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