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쌀 시장 전면개방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을 513%로 확정했다. 고율관세를 매기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 쌀 시장 개방이 국내 시장에 미칠 여파가 미미하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은 향후 통상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쌀 관세율은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WTO 농업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 수준인 513%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80㎏ 미국산(중립종) 쌀은 6만3303원에서 38만8049원, 중국산(단립종)은 8만5177원에서 52만2134원으로 수입가가 높아지게 된다. 국내산 산지 쌀값이 16만∼17만원대에 형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수입쌀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정부는 이달 중 국회에 쌀 관세율을 보고하고 WTO에 통보한 뒤 10월부터 검증절차를 밟는다. WTO 회원국들의 검증 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 기간에 검증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일단 우리 정부가 책정한 쌀 관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더라도 기존의 의무수입물량인 40만8700t은 5%의 저율 관세율로 계속 수입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수입물량 급증에 대비해 과거 3년간 평균치 수입물량의 5% 이상 초과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SSG 발동 시점을 연간 수입물량이 42만t을 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발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또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체결할 모든 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쌀을 양허(관세철폐·축소)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는 정부가 수입쌀에 대해 고율 관세를 책정하더라도 향후 FTA, TPP 협상에서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반대 투쟁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국민적인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쌀 전면 개방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고율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과 TPP에서 쌀을 제외한다는 약속,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70여개 시·군에서 농기계 반납 등 농민대회를 열고, 오는 27일 서울청계광장에서 쌀 전면개방 중단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2차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세종=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수입쌀 관세율 513% 확정… 정부 “고율관세… 수입쌀값 국산 2∼3배”
입력 2014-09-19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