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확정한 2015년 예산안을 보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지속된 재정 확대 패키지 기조가 최대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초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부진→세입감소→지출축소’로 이어지는 축소 균형의 고리를 끊고 ‘지출확대→내수활성화·경기회복→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벌여 잘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활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옳다. 일각에서 우리 경제가 실기하면 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까지 하는 마당에 무리한 재정정책을 도입해서라도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정부의 고민이 읽힌다.
문제는 확장 재정의 정도가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과하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5.7%(20조2000억원) 늘어난 376조원이다. 증가 폭은 7년 만에 최고이며 재정적자는 무려 33조6000억원, 국가 채무는 570조1000억원에 이른다. 나라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1.7%에서 내년에는 2.1%로 크게 악화된다. 이런 추세라면 박근혜정부가 약속했던 임기 내 균형 재정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한마디로 나라 곳간에 갈수록 구멍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현 정부 말까지 내리 10년간 재정적자를 기록할 경우 국가재정 건전성 급속 악화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거센 후폭풍이 우려된다. 더욱이 내년까지 3년 연속 세수가 목표에 미달할 것이 확실한 가운데 무리한 세출예산 확대가 제대로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재정적자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답답한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많은 빚을 지우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말만 되풀이한다는 사실이다.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안전관리 부문 예산에 담뱃값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 수입 1조원을 계상했다. 신설되는 개별소비세 몫을 이미 예산에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는 입만 열면 증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도 마찬가지다. 법인세 증가 예상분은 올해 대비 0.1% 늘어나는데 그치는 반면 소득세는 무려 5.7%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쓸 곳이 없어 수백 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대법인들에는 거의 증세를 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지갑은 털겠다는 심보다. 나라살림이 어려우면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을 나눠야 하는데 정부는 국민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선거가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재정은 어차피 ‘써야 할 곳과 거둬야 할 곳’의 선택의 문제다. 그렇다면 선택의 기준에 국민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사설] 확장예산 불가피하더라도 부담은 나눠져야
입력 2014-09-19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