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8일 보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당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권의 비효율과 비합리성의 개선을 주문함에 따라 혁신위는 당 개혁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전반을 탈바꿈시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한 보수’를 부르짖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위원회에 다수 참여함에 따라 참신한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새누리당의 최대 혁신 과제는 ‘부패당’ 이미지를 벗는 것이다. 최근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이 말해주듯 새누리당은 부정·부패에 관대한 편이다.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 대해 당내 비판이 거의 없는 것도 또 다른 예다. 부정·부패 및 비리와 관련된 국회의원과 당직자를 강력히 징계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보수 일변도의 정강·정책 개선도 시급하다. 정당 민주화와 의원총회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누구나 대통령과 청와대에 비판적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때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것”이라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국회의원 ‘공천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은 필수다. 정강·정책을 보면 경제 및 복지 분야는 진보적인 시각이 일부 반영돼 있지만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 전략에 호응하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은 정치 개혁의 핵심 과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3대 총선 때 도입된 것으로, 지역별 싹쓸이 투표를 부추긴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다. 비례대표의 지역별 공천과 석패율제 도입도 이번 기회에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일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인정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고는 사생결단식 여야 대립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개헌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 바란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혁신을 한답시고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대표적인 예다. ‘식물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개혁 광풍에 파묻히고 만 아픈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현실성과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혁신 방안은 개선은커녕 개악을 부를 수도 있다.
[사설] 혁신委 꾸렸다고 저절로 혁신되는 건 아니니
입력 2014-09-19 03:26